"청와대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에 관한 기사 때문입니다.
문제의 기사는 산케이 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나’ 입니다. 야후 재팬에서 찾아보니 인터넷에는 지난 3일 전송됐습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기사”라며 “거짓말로 독자 한 명을 늘릴 수 있을진 몰라도 엄하게 대처하겠다.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발끈한 건 청와대뿐만이 아닙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에게 “일본 산케이 신문이 박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 동안 부적절한 어떤 행위를 했다는 소문을 실었다”며 “국내에서 진실에 대한 규명이 안 되니까 외국에서 대한민국 국가 원수를 모욕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또 “만약 우리가 일본 총리를, 국왕을 저런 식으로 기사를 썼다면 가만히 있겠느냐. 자존심도 없느냐”고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요미우리,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마이니치와 함께 일본 5대 일간지에 속합니다. 청와대가 해외 유력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이처럼 격하게 대응을 천명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닙니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당연히 알아야겠죠. 국정 최고기관이 무엇 때문에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노하는지 말입니다. 국민이니까요. 일본어를 잘하는 독자들 중 이미 찾아서 읽어본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이 더 많을 겁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어떤 해석이나 의미 부여 없이 기사 번역 전문을 소개합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나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 갤럽’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에 이어 40%로 나타났다. 불과 3개월 반 전에는 6할 전후였던 만큼 대통령의 권위는 이제 볼품없이 돼 버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되면 나오는 것이 대통령 등 권력 중추에 대한 진위 불명의 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당일인 4월 16일 박 대통령이 낮 7시간에 걸쳐 소재 불명이었다는 ‘팩트’가 나왔다. 정권이 혼탁해질만한 사태가 생긴 것이다.(서울 카토 타츠야)
7월 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대통령 측근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왔다. 우선 질문자인 좌파 성향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 대표와 김 실장과의 문답을 소개한다.
* 박 대표 “김 실장.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 10시로 했다는 답변이 있었군요”
- 김 실장""네""
* 박 대표 “그 때 대통령은 어디 계셨는지”
- 김 실장 “나는 정확히 모르지만 국가안보실에서 보고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 박 대표 “대통령이 어디에 있으면 서면보고(를 하게 되는 건가요)”
- 김 실장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박 대표 “‘많다…’ 상태가 임박했음을 청와대가 인식하고 있지 않던가요”
- 김 실장 “다릅니다”
* 박 대표 “그럼 왜 서면 보고인가요”
- 김 실장 “정확한 상황이. 그랬다고…”
박 대통령은 측근과 각료들과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대통령 보고는 메일이나 팩스에 의한 ‘서면보고’가 대부분이라 이날 질의도 야당 측은 서면보고에 대해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의 본질이라며 문제시했다. 그 다음 질문은 4월16일 당시 대통령의 소재에 이르렀다.
* 박 대표 “대통령은 집무실에 있었습니까?”
- 김 실장 “위치에 관해서는, 전 모릅니다”
* 박 대표 “비서실장이 모르면 누가 알고 있나요”
- 김 실장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박 대표 “(당일 낮) 대통령의 스케줄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집무실에 없었단 말인가요?”
- 김 실장 “아닙니다”
* 박 대표 “그럼 왜 모릅니까”
- 김 실장 “집무실이 멀어서 서면보고를 잘 합니다”
* 박 대표 “대답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서면보고가 여러 가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여기에서 국회와의 연락 조율을 담당하는 조윤선 정무수석 비서관(전 여성 가족부 장관)에 답변을 요구했다.
* 박 대표 “조 정무 수석 비서관 마이크 앞으로 오세요. 여성가족부 장관 때도 주로 서면보고했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대면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있습니까”
- 조 수석 비서관 “네, 있습니다”
* 박 대표 “언제요”
- 조 수석 비서관 “대면보고할 필요가 있을 때”
* 박 대표 “무슨 때요”
- 조 수석 비서관 “안건까진 기억나지 않습니다”
* 박 대표 “그럼 알아보고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하세요”
일련의 문답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라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서 대참사 당일 대통령의 소재나 행동을 묻고 대답할 수 없다니 한국의 권력 중추는 이렇게도 불투명한 것인가.
이와 관련된 불만은 소문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한국 최대 부수의 일간지 조선일보 기자 칼럼이다. 7월 18일에 게재된 ‘대통령을 둘러싼 소문(대통령을 둘러싼 風聞-최보식 칼럼)’이다.
칼럼은 “7월 7일 청와대 비서실의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오전 10시경에 서면 보고를 받은 것을 끝으로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할 때까지 7시간 동안 만난 사람이 없다(원문은 대면보고도 대통령주재회의도 없었다)”고 지적, 대통령에 관한 의혹을 제시했다.
칼럼은 이렇게 이어진다.
“김 실장이 모른다고 한 것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서실장에게도) 쉬쉬할 대통령의 스케줄이 있었던 것으로도 해석됐다. 세간에서는 대통령은 당일, 모처에 비선과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만들어졌다.”
‘비선’은 알기 힘든 표현이다. 한국어 사전에도 찾기 어려운 말이지만 아마도 ‘비밀리에 접촉하는 인물’을 뜻할 것이다. 칼럼을 쓴 기자는 분명히 구체적인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칼럼은 이렇게 계속된다.
“대통령을 둘러싼 소문은 증권가 정보지, 타블로이드 판 주간지에도 등장한다.”
그 소문은 ‘양식 있는 사람’은 ‘꺼내는 것조차 스스로의 품격을 낮춘다고 생각한다’고 할 정도로 저속한 것이었다고 한다. 소문이란 무엇인가.
증권가 관계자에 의하면, 박 대통령과 남성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상대는 대통령의 모체 새누리당 전 측근에 따르면 당시에 아내가 있는 남자였다는. 하지만 이 소식통은 더 이상 구체적으론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소문은 이미 한국의 인터넷 등에서는 사라지고 읽을 수도 없게 됐다”라고도 말했다. 일종의 ‘도시 전설화’된 것이다.
칼럼에선 해당 소문을 박 대통령을 둘러싼 남녀 관계에 관한 것이라고 확실하게 기술하지 않았다. 기자는 단지 “그런 느낌으로(저속한 것으로) 취급되던 소문이 사적인 자리의 단순한 잡담이 아닌 제도권 언론에서 뉴스 자격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마 대통령과 남성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의 여기저기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칼럼은 소문이 무엇인가를 언급하지 않은 채 끝날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실명 보도’로 바뀌었다.
“때마침 풍문 속 인물인 정윤회 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돼 소문은 더 짜릿해졌다.”
그와 이혼한 여성은 최태민이라는 목사의 딸이다. 정씨는 대통령이 되기 전 7년 간 박근혜의 비서실장이었다.
칼럼에 따르면 정씨는 아내에게 스스로 재산 분할 및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한 뒤 결혼기간 중 일들에 대한 비밀 유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증권통이 말한 박 대통령의 비선은 정 씨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씨와의 긴밀한 관계가 소문이 된 것은 정 씨가 아니라 그 장인 최 목사 쪽이라고 하는 정치권 소식통도 있고, 이야기는 단순하지 않다.
또 조선일보 칼럼은 이런 수수께끼 같은 것도 썼다.
그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의 이권개입, 박지만 미행 의혹, (박 대통령의) 비선 활동 등 모든 것을 조사하라고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한국의 권력 핵심과 그 주변에서 무엇인가 불온한 움직임이 있는 것과 같은 문체다.
소문의 진위의 추궁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칼럼은 박 정권을 둘러싼 ‘천한’ 소문이 거론된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진위 여부는 고사하고 이런 상황을 대통령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과거였다면 대통령 지지 세력이 열화와 같이 격노했을 것이다.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이성적 판단이 무너진 것 같다. 국정 운영으로 높은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면, 풍문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온갖 소문이 나온 것이다.”
박 정권의 레임덕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