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일째 단식이 제일 힘들다 해서 그거 마치고 치킨 두 조각에 설사하니 이건 단식보다 더 안 좋고….”
가수 김장훈(사진)이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여기서 나온 ‘치킨 두 조각’을 문제 삼아 김장훈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김장훈은 4일 낮 12시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들과 같이 곡기를 끊으며 유명인사로서 힘을 보탠 겁니다.
그런데 4일이 지나 치킨 두 조각을 먹었다고 스스로 밝힌 겁니다. 이를 두고 “먹을 거 다 먹으면서 그게 무슨 단식이냐” “김장훈이 드디어 미쳐가는구나” “그저 생색내기였느냐” 라는 등의 반응이 보입니다. 김장훈의 페이스북을 캡처해서 올리는 네티즌들도 있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김장훈은 일요일인 10일에 홍익대 인근 클럽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김장훈 측에 확인해보니 치킨을 7일 밤에 먹었다고 합니다. 가수에게 공연은 팬들과의 약속입니다. 그는 자신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해 있는 힘껏 노래를 부르고 흥을 내야 하는 일정이 다가오는데도 사흘을 넘게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을 했고, 이틀을 앞두고서야 치킨 두 조각을 입에 댄 겁니다.
김장훈에게 ‘치킨 두 조각’으로 그친 ‘식사’는 선택이 아닌 의무였던 겁니다. 김장훈이 팬들에게 일방적으로 ‘며칠 간 아무 것도 안 먹어 기운 없으니 공연을 취소해야 겠다’고 했다면 그건 옳은가요.
혹시나 “대중에게 단식 동참을 선언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식을 제대로 하면 벌써 실려 가야 되는 것 아니냐.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고 말한 ‘의사 출신’ 국회의원까지 나온 마당에, 공연이 본업인 가수에게 들이대야 할 잣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김장훈이 치킨 두 조각을 먹었다고 배신감을 느꼈다는 유가족이 있을까요. 단식 농성 현장에는 항상 취재진이 있습니다. 이런 비슷한 발언이라도 한 유가족이 있다면 벌써 어디선가 보도가 됐을 겁니다.
공연을 사이에 두고 ‘1차 단식’을 끝낸 김장훈은 ‘2차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11일로 유가족의 단식은 28일 째가 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왜 단식에 나서는지, 동참하는 이들은 왜 동참하는지 그 취지만 바라봤으면 합니다. 본질과 상관도 없는 일에 화살을 날려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미 다른 사람들 때문에 많이 실망하고 힘든 이들에게 대중마저 이럴 필요가 있습니까.
영화 ‘글러브’에서 청각장애인 학교 야구부 감독 김상남(정재영 분)은 경기를 대충하며 조롱하는 상대 학교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화를 냅니다. “밟는 건 상관없는데 일어설 힘마저 빼앗으면 안 되잖아!”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