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28사단 병사…“8월 휴가 중 자살” 알렸지만 보고 안돼

자살한 28사단 병사…“8월 휴가 중 자살” 알렸지만 보고 안돼

기사승인 2014-08-12 12: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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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이 일어난 육군 28사단에서 휴가를 나와 자살한 관심병사 2명이 병영 생활 중 가혹행위를 암시하는 메모를 남겼다. 이들 중 1명이 동반 자살 계획을 알렸지만 윗선까지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군부대와 경찰, 소방 당국에 따르면 11일 오후 10시 24분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21층 베란다에서 휴가를 나온 28사단 소속 A(23)상병이 같은 중대의 B(21)상병과 함께 천장에 매달린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A상병의 누나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이 숨진 곳은 A상병이 자신의 누나와 함께 살던 집이다. 발견 당시 두 사람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

A상병과 B상병은 각각 지난 3일과 6일에 휴가를 나왔다. A상병은 복귀 예정일인 11일에 부대에 오지 않아 군 헌병대가 소재를 찾아 나선 상태였고, B상병은 14일이 복귀 예정일이었다.


서울이 집인 A상병은 B급, 광주광역시가 집인 B상병은 A급 관심병사로 입대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상병은 지난 5월 2일 인성검사 시 자살예측 판정 및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으며, B상병은 지난해 인성검사 때 자살 충동 및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B상병은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11월에는 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체포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B상병을 부대에서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대상으로 하려 했지만 부모 만류로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B상병은 지난 6월 후임병에게 “8월 휴가 중 A 상병과 동반 자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후임병은 분대장에게 알렸지만 간부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병사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숨진 장소에서 발견된 B상병의 다이어리에는 “견디기 힘들다. 아무 것도 못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같은 중대 근무 선임병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야 XX 000(선임병 이름), 진짜 XXX 죽이고 싶다”는 욕설이 섞인 메모가 적혀 있었다고 육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B상병의 휴대전화 메모장에도 “긴 말씀 안 드립니다.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등 물품은 집으로 전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들의 시신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육군 관계자는 “부검은 유족들이 원치 않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현장 감식과 함께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부대 내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B상병의 메모에 언급된 부대 선임병은 피의자 신분으로 군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육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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