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방위대’ 레알 마드리드와 ‘외계인군단’ FC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패권을 탈환할 수 있을까.
오는 24일 개막하는 프리메라리가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2파전이다. 지난 시즌은 3파전 양상이었다. 10년 가까이 리그의 판세를 양분했던 두 팀의 싸움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합류했다. 우승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몫이었다.
하지만 새 시즌의 상황은 다르다. 두 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전력의 완성도를 높였다. 월드컵을 전후로 디에고 코스타(26) 등 핵심 전력을 매각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력 상승폭을 압도한다. 리그 라이벌인 두 팀의 경쟁심과 정상을 빼앗긴 투쟁심이 맞물려 우승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3각 편대로 무장한 ‘지구방위대’
레알 마드리드는 월드컵 특수를 놓치지 않았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월드컵의 스타플레이어들로 빈틈없이 전력을 보강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공격진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와 가레스 베일(25) 등 기존 공격진에 월드컵 최다 득점자인 콜롬비아의 공격수 하메스 로드리게스(23)가 합류했다. 로드리게스의 이적료는 8000만 유로(1100억원). 베일과 호날두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 사상 세 번째로 높은 이적료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와 베일이 좌우 측면에서, 로드리게스가 2선에서 최전방의 카림 벤제마(27)를 지원 사격하는 후방 3각 편대를 완성했다. 유럽 리그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화력의 공격진이다. 이들 3각 편대는 지난 13일 영국 카디프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세비야(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첫 선을 보였다. 로드리게스는 호날두·베일과 70여분 동안 호흡을 맞췄다. 교체를 4분을 앞둔 후반 23분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힌 슛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활약이 없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의 두 골을 앞세워 2대 0으로 승리했다.
월드컵 챔피언 독일의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24)와 중남미의 돌풍을 주도한 코스타리카의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29)도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크로스는 슈퍼컵에서 로드리게스와 함께 데뷔했다. 이적시장에서는 로드리게스가 주목을 받았지만 슈퍼컵의 주인공은 크로스였다.
레알 마드리드 카를로 안첼로티(55) 감독은 “크로스는 완벽했다. 모든 움직임이 빠르고 정확했다”고 호평했다. 나바스의 경우 베테랑 골키퍼 이케르 카시아스(33)를 대신할 차세대 수문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악동 최전방에 세운 ‘외계인 군단’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을 무관(無官)으로 마감했다. 6년 만이었다. 앞선 다섯 시즌에서 한 개 이상의 트로피를 반드시 수확했던 바르셀로나에는 작지 않은 수모였다.
바르셀로나의 침체는 공격수 리오넬 메시(27)의 부상과 무관하지 않았다. 메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허벅지 통증으로 출전 시간을 줄였다. 선두권이었던 득점 순위도 하락했다. 재기의 조짐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열린 월드컵에서 나타났다. 4득점 1도움으로 조국 아르헨티나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바르셀로나에 희망을 안긴 선전이었다.
문제는 공격수 네이마르(22)의 부상이다. 네이마르는 월드컵에서 척추 골절상을 입었다. 4주간의 회복기간을 마치고 새 시즌에 돌입할 수 있지만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했는지는 미지수다.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와 견줄 만큼 막강한 전력을 보유했지만 ‘투톱’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이 한 시즌씩 번갈아 부상을 당하는 악재에 놓여 있다.
부활의 관건은 새롭게 영입한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7)다. 수아레스는 리버풀 소속이었던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31골)이다.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스를 영입하기 위해 7500만 파운드(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재기 중인 메시와 회복 중인 네이마르의 공백을 채울 만한 전력이다.
다만 상대 선수와의 충돌이나 비신사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플레이스타일은 변수다. 수아레스는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물어 4개월 축구활동 금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는 10월 24일에 풀린다. 공교롭게도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10월 26일)’가 열리기 이틀 전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