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실종된 이들이 바다에서 더 이상 춥지 않도록, 고통받지 않도록, 억울하지 않도록 하늘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교황님을 통해 세월호 실종자, 희생자와 함께하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진도에서 서울로 서신 한 통이 도착했다. 세월호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이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바닷 속에 잠겨있는 10명에 대한 교황의 자비와 축복의 손길을 바랐다. 이들은 편지에 “아직도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헤매는 10명의 실종자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남은 10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에서 극도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며 사선에 서 있다”고 적었다.
이어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많은 가족들이 탈진해 쓰러지고 있으며, 한 실종자 가족은 한쪽 폐의 3분의 2를 잘라냈고, 다른 가족은 뇌종양으로 수술이 필요함에도 딸을 찾기만을 기다리며 수술을 받지 않고 있다”며 “진도 팽목항에서 노숙하며 120일이 넘도록 참사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희에게도 교황의 자비와 축복의 손길이 내려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실종된 아이들의 시신만이라도 찾아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참사는 진행형인데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족들은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젖은 잠자리 밑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울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의 자식들이 부모의 품에 안겨 위로받으며 부모와의 이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부모 또한 차디찬 아이들의 시신만이라도 꼭 끌어안고 목놓아 통곡하며 하늘나라로 보내줄 수 있도록 기도해주실 것을 교황께 간절히 청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가족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을 십자가에 박히는 고통에 비유했다.
이들은 “자식을 찾지 못한 채 평생 가슴에 커다랗게 뭉친 피멍을 안고, 어깨와 등에 자식의 십자가를 뼛속 깊이 박아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할 저희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교황님의 위로와 안식을 위한 기도가 전해지길 기다린다”고 염원했다.
서신은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면담할 때 전달될 예정이다.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여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과 유족들을 만나 위로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