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음식 주문하려면요? 직접 전화를 걸지 않아도 근처 음식점을 찾아주고 메뉴선택, 결제, 배달까지 해줍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 간편합니다.
그런데 이 배달 앱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쇄도합니다. “배달 앱으로 단골 치킨집에 주문했더니 양이 평소보다 훨씬 적네요” “배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가게에서 다시 전화 해 매장으로 직접 주문전화 해달라고 하네요”라고 합니다. 양이 적어진데다 시간까지 오래 걸린다는 거죠.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도 이유가 있을 텐데요. 한 번 알아봅시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앱 폐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해당 글에는 한 강정 배달전문점의 영수증 사진이 첨부됐는데요. 영수증에는 “휴대전화 앱을 경유하지 않고 매장으로 직접 전화주문 부탁드립니다”라면서 “매장으로 전화 주문하면 콜라나 치킨무를 서비스를 드립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배달 앱을 쓰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만류하는 겁니다.
네티즌들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스스로 배달 앱에 등록한 건데 이용하지 말라고 하니까요. 속사정은 다른 네티즌이 올려놓은 글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수수료 때문입니다.
강정 배달업체가 영수증에 그런 글을 적어놓은 까닭은 이렇습니다. 손님이 배달 앱으로 주문하고 결제하면 음식점은 건마다 11~20%의 수수료를 냅니다. 여기에 매달 3만~7만원의 광고료도 지불해야하죠. 1만5000원짜리 치킨이라면 수수료가 최대 3000원인 겁니다. 음식점 주인들은 수수료와 광고료가 너무 비싸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볼멘소리를 냅니다.
결국 음식점들은 방법을 찾아 나섭니다. 배달 앱 주문가격을 매장 주문가격보다 높게 정하는 겁니다. 배달 앱을 이용해 주문하면 서비스 쿠폰도 주지 않죠. 심지어 전화를 걸어 주문취소를 유도하는 경우까지 나왔습니다. 음식점은 수수료 때문에 값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줄이고, 부담은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생긴 겁니다.
한국 특유의 배달 서비스 문화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진화했습니다. 소비자들은 한결 편리해졌죠. 하지만 편리함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배달 앱을 경유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문제는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겁니다.
앱 업체의 과도한 수수료와 음식점의 ‘꼼수’. 소비자 입장에서는 괜히 손해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집니다. 그 문화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소비자가 엉뚱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