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근처 한 음식점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습니다. 자의로 그만 둔 것이 아니라 쫓겨났다고 합니다. 가게 앞에 사람도 늘 북적이고 장사도 꽤 잘되던 곳이었다는데 말이죠. 무슨 이유로 영업을 종료해야 했을까요?
최근 이 음식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습니다. 글쓴이는 “감사했습니다.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억대의 빚이 남았지만. 더 이상 억울하게 쫓겨나는 임차인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고 적었습니다. 글과 함께 음식점 앞에 붙여진 ‘영업종료’ 게시문을 사진 찍어서 올렸습니다.
게시문에는 왜 영업종료를 하게 됐는지 자세하게 설명돼있습니다. “그동안 가게를 찾아주신 분들께 무한한 감사드린다. 덕분에 2년간 배불리 살았다”라고 말문을 열면서 고마움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어 다소 강한 어조로 바꿔 “망할 건물주가 가게 빼고 나가라고 해서 저희 가게는 부득이하게 쫓겨나게 됐다. 8개월간의 법정싸움으로도 가게를 지켜내지 못했다”며 “내 나라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경제적 약자인 상가임차인들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더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건물주들께 고한다. 욕심이 과하면 화가 반드시 따른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당신네들 건물가치를 높이는 건 우리 임차인들의 노력이란 걸 절대 간과 말라. 정직한 임대사업해라. 더불어 잘 살아야지!”를 끝으로 추신을 남겼습니다.
건물을 임대하게 되면 보증금, 월세 외에도 권리금을 내야 합니다. 권리금은 기존 점포가 보유하고 있는 손님과 영업 방식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입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한번 내면 보증금처럼 다시 돌려받을 수 없죠. 이 음식점 주인은 권리금을 두 번이나 냈고, 건물에서 쫓겨나게 됐다고 주장한 겁니다. 억울한 상황을 게시문에 적어 설명한 것이죠.
네티즌들은 “장사 잘되니까 배 아픈가보다” “돈 많은 사람은 돈을 계속 버는 구조” “저런 일 비일비재하다” “역시 임대업이 갑이다” “권리금제도 없어져야 한다” “맛집이 이상한 제도 때문에 사라지네” “권리금 법적으로 보호돼야 한다”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위트 있는 게시문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슬픈 사연이었습니다. 영업이 잘 돼도 가게를 접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남의 건물에서 장사하는 일, 참 쉽지 않네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