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
새누리당 조현룡(69)·박상은(65) 의원은 21일 웬만한 ‘경험’을 갖춘 강력범을 능가하는 수준의 도주극을 벌였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 의원은 오후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자진출석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검찰의 강제구인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도주 작전’을 연출했다.
이날 검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원은 전날 저녁 휴대전화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 두고 자택에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밤새 의원회관에 있는 것처럼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라 박 의원의 운전기사는 이날 관용차를 몰고 수도권 곳곳을 돌아다녀 소재 파악에 나선 검찰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조 의원은 차명 휴대전화까지 꺼버릴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그가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검찰은 이 마저 전원이 꺼져있어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검찰은 국회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살펴보고 친척집 등 연고지를 중심으로 의원들의 뒤를 쫓았지만 허탕만 쳤다.
현직 의원이 체포나 구속영장 집행을 피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의원회관이나 당사에 몸을 숨겼었다.
선출직 공무원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교란 전략’까지 쓰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검찰은 이들 의원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돌아다니거나 차를 몰고 여기저기 몰고 다녀 추적을 방해한 측근들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 의원이 오후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입법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김재윤(49)·신학용(62) 의원, ‘철도비리’ 연루 및 불법 정치자금 은닉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의원과 박 의원이 영장실질심사 기일 연기를 요청하며 불출석하겠다고 하자 사상 초유의 현직 의원 강제구인에 나섰다. 법원도 이들 의원의 요청을 불허했다.
그러다 신학용 의원을 시작으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후 조 의원과 박 의원도 차례로 법원에 나가겠다고 약속한 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거나 출석할 예정이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