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스토가 소송에서 제약사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은 구 요양급여기준을 토대로 한 처분의 근거부족, 제약사와 공단의 협상 결과를 존중하지 않은 복지부 장관의 재량권 남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행정법원 합의 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21일 보령제약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처분취소 소송에서 스토가 10mg의 상한가를 147원으로 인하한 고시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옛날 기준 적용해 “살필 필요 없이 위법”
판결문에 따르면 복지부는 스토가 인하를 신 요양급여기준을 적용해 약제의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상한가를 직권 조정해야 함에도 구 요양급여기준 제13조 제4항 제1호를 적용해 '사용량'을 기준으로 처분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개정된 약제결정기준에서 경과규정을 뒀으므로 적법하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개정된 기준의 부칙 규정은 약제결정기준의 시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해 상위법인 요양급여기준에 영향을 미쳐 시적 범위(시간적 적용범위)를 규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이에 법원 측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스토가는 협상 대상이라고 복지부는 주장하지만, 이번 스토가 약가인하는 사용량이 예상 사용량을 초과해 사용됐다는 이유로 이뤄졌기에 다른 전제인 이 같은 주장은 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재량권 일탈·남용도 지적
이번 약가인하 처분은 복지부가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약제의 상한가를 고시 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복지부장관은 이를 다시 조정할 재량권이 있지만, 당초 결정한 상한가 자체가 불합리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합리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처분은 타당성이 없다는 것.
특히 이처럼 직권 조정하는 것이 복지부장관의 재량행위라고 해도 제약사와 공단 사이에 이뤄진 협상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는 제약사와 공단이 모두 4월 1일 스토가가 155원으로 인하될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전제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합의서에는 의약품의 상한가가 193원이라고 명시됐을 뿐 인하율이 기재돼 있지 않은 점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스토가가 155원으로 인하되는 것을 전제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스토가 약가인하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 약가인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장승혁 공보판사는 “개정된 요양급여 기준에 따르면 사용량이 아닌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하기로 되어있는데, 구 기준에 따라서 처분한 것이라 기본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전했다. 이어 “처분시점 전에 155원으로 약가인하됐고, 이후 현저히 불합리해 또 변경할 필요성이 있으면 모를까 이런 상황도 아닌데 인하율을 적용해 한 것은 일방적이었다”고 밝혔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김지섭 기자 jskim@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