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 챌린지’ 어긋났다”…루게릭 병 전문의, ‘새로운 룰’ 제안

“‘아이스 버킷 챌린지’ 어긋났다”…루게릭 병 전문의, ‘새로운 룰’ 제안

기사승인 2014-08-27 16:22:55
"헐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0)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하는 모습. 그는 얼음물 샤워뿐만 아니라 ALS 협회에 10만 달러(한화 약 1억174만원)도 기부했다. 디캐프리오 페이스북"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대해 국내 전문의가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얼음물 샤워’로만 끝내지 말고 루게릭 병의 증상 최소 3개, 고충 1개 이상을 말하자는 것으로, 이벤트도 좋지만 ‘최소한의 공부’는 하자는 의미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희귀난치성 신경근육계 질환 진료센터 강성웅 소장은 27일 페이스북에서 “희귀질환으로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루게릭병이 이 캠페인으로 알려지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환자나 가족, 이 병의 전문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흐름이 어긋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환자분 힘내세요’ 이 한 마디만 하고 본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사설이 더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기 홍보성 이벤트화 되고 일반인들도 병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지명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루게릭 병이 어떤 병인지 정말 알고 하는 것인지, 환자와 가족의 고충이 무엇인지 정말 아는지”라며 “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진 환우들이나 장애를 가진 환우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반짝 관심이다. 해당 기념일이나 연말에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이 떠들썩하다가 금방 관심이 식어버립니다”라고 꼬집었다.

강 소장은 “이 캠페인의 원래 목적을 살리고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을 이어나가기 위해 캠페인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룰을 제안한다”며 “얼음물 샤워를 마친 후 ‘루게릭 병은 어떤 어떤 증상으로(최소 3가지) 고통 받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 이러한 문제들이(고충 1개 이상) 절실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 한 후 응원의 말 한마디를 하자”고 밝혔다.

그는 “참여자들은 최소한 이 정도의 공부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대해 알게 되고 고충을 진심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루게릭병은 사지근육의 힘이 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되면서 근육의 떨림이 관찰되는 등의 증상이나 소견을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질환에 속한다. 정식 병명은 ‘근위축성 측상경화증(ALS)’이다. 외우거나 발음하기가 어려워 1939년 이 병에 걸려 1941년 사망한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소속 선수 ‘루 게릭(Louis Gehrig)’에서 이름을 왔다.

이 병은 진행되면서 사지 근육이 약화되고, 연수근의 마비로 인한 의사소통의 장애, 호흡근육의 마비로 인한 호흡장애 등의 중증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환자들은 스스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증상발생 이후 몇 개월 안에 사망할 수도 있지만, 30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환자마다 예후는 다양하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는 미국 비영리기관인 ALS 협회가 창안한 이벤트다.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쓴 사람이 캠페인에 동참할 세 명을 지목하면 대상자가 24시간 이내에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루게릭병 관련 기부금 100달러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얼음물로 샤워할 때 순간적으로 근육이 수축되는 것을 느껴봄으로써 루게릭 병의 고통을 잠시나마 체감해보자는 의미다. 실질적으론 얼음물 샤워와 함께 기부도 같이 한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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