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험 알면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규제 완화

정부, 위험 알면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규제 완화

기사승인 2014-08-31 09:48:55
"‘연구자 임상=상업화 1상’, “정부가 너무 속도 낸다”

정부가 발표한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줄기세포 임상시험 규제완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부가가치가 큰 산업인 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자 임상의 상업화 연계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기존 ‘자가’줄기세포치료제에 한해 연구자 임상을 상업화 1상으로 갈음하던 것을 모든 줄기세포치료제에 확대한 것이 골자다.

정부는 임상연구 활성화로 제품 개발과 실용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줄기세포 치료의 의학적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임상시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안전성을 강화하면서 개발이 활성화 되도록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의 어떤 부분이 의료계의 우려를 낳았으며 이를 해소할 정부의 숙제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안전불감증 공화국…생명보다 돈?

의료계는 줄기세포가 체내 여러 곳으로 이동해 생존할 수 있으므로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하고, 피험자가 중도 탈락한 경우에도 이식된 세포가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될 정도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은 “알앤엘바이오가 법망을 피하고 해외원정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를 하다 두 명의 한국인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며 “임상 1상의 면제대상을 자가줄기세포에서 모든 줄기세포치료제로 확대한다는 것은 전 국민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단체의 최규진 기획국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이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이 떨어져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암 발병 우려 등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복지부와 식약처는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12년 12월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허가 줄기세포치료제 시술 주의’라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며 “정부가 임상 1상의 면제대상을 자가줄기세포에서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한 것은 줄기세포 치료를 둘러싼 경제적 수익에 주목해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등한시 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유전자 변형, 종양 유발, 체내에서의 작용에 대한 예측 불가능 등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위험성은 생각보다 심각하며, 이런 점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직접 관리하는 태반혈 유래 줄기세포생산물 이외에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체내 부작용 생각보다 심각…기존 규제 잘 지켜지게 해야”

최 기획국장은 “미국에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미국은 아직까지 자국 내에서 자국기업에게도 허가하지 않았다. 그만큼 줄기세포치료제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요구되기 때문인데, 한국의 기준이 다른 국가보다 규제가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규제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질적인 측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줄기세포치료제를 생산하는 제약사의 한 의사는 “자가든 동종이든 모두 체외배양을 통해 주입하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모두 확신할 수 없다”며 “현재 자가 1상을 생략한 것도 문제가 있는데, 모든 줄기세포의 1상을 면제한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법규를 너무 느슨하게 하면 안전성에 치명타를 입고, 법이 너무 급진적이면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등 양면성이 있다지만 지금은 정부가 너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 “안전성은 확실”

식약처는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이 안전성 확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개발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 한편, 적극적인 추적관리와 안전에 대한 시스템 체계화를 통해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전했다.

먼저 식약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 김병국 연구원은 “투자활성화 대책 보도자료에는 세포치료제 상업임상 1상을 면제한다고 나왔는데, 모든 것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에 한해 인정한다’는 부분이 빠져 오해가 생긴 듯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세포치료제의 경우 연구자 임상시험은 자체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승인서, 임상시험계획서, 관련 전문가 동의서의 세 가지 자료가 필요했지만, 지난해 12월 법 개정 이후 개발계획, 비임상시험 성적 등 8가지로 확대됐다”며 “이는 안전성을 강화한 것이고 연구자 임상 중에서도 병원에 실사를 나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임상시험이 종료되면 보고를 받고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하며, 통계학적으로 유의한지, 제대로 된 환자를 대상으로 했는지 등을 확인해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하면 상업화 1상을 대체토록 한다는 것.

김 연구원은 “상업화 1상이나 연구자 임상은 사실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되며, 안전성 수준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유의하고 안전성이 확보되면 1상 시험을 또 할 필요는 없다”며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임상 대상자 숫자도 줄여 오히려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줄기세포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허가했고 이 때문에 안전성 등에 대한 외부의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식약처는 줄기세포치료제를 사용하는 병원과 제약사에 전수적으로 내용을 보고받으며 장기추적을 진행한다. 허가 후 관리 등에 대해서도 팔로우업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식약처 세포유전자치료과 신원 과장도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무작정 개발을 활성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규제도 아니다. 안전성에 대한 장치가 있기에 자가에서 동종세포로 확대해도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가줄기세포와 동종줄기세포가 안전성 측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규제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가나 동종으로만 구분해 둘 것이 아니고 어떤 종류라도 의약품이 안전하다는 자료를 모두 받고 승인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자가가 더 안전하다고 보지만 피부세포로 하는 것, 줄기세포로 하는 것 등에서도 위해성은 달라지기에 너무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라 각 사례별로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확인과정을 거친다는 주장이다.

세포치료제의 연구자임상 자료 제출 범위도 단순히 3가지에서 8가지로 확대됐다기보다 제출자료를 상업화 임상에 준용해 제출하게 됨(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24조 임상시험계획의 승인 등)에 따라 개발을 촉진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 “제품별 장기추적과 전수조사가 쉽지는 않지만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추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관련된 연구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체 부담 해소…연구 활성화 기대

줄기세포 관련 제약사는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1상에 대한 부담을 덜고 향후 연구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업계 임원은 “1상이 면제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는 있으나 연구자임상 자체를 1상 수준으로 진행하기에 기대되는 경제적·시간적 효과는 크지 않다”고 전제한 후 “다만 1상 수준의 연구자임상을 진행하고 한 번 더 1상을 진행하면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복 임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현재 병원과 기업 등에서 연구자임상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해소해 다양한 연구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른 연구자임상은 병원에서 IRB 심사를 거치고 임상 1상에 준하는 디자인으로 결과를 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품목의 안전성을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지만 기존 임상 1상 수준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줄기세포치료제 허가 기준은 매우 높은 편이며, 줄기세포 분야 국내 허가는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임상 데이터로 인정받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같은 약품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임상신청했을 때 미국에서도 한국 통과 자료 수준만을 요청한다고 부연했다.

연구자임상이든 상업화 임상이든 적합한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 안전성이 확인됐다면 규제를 안 풀어줄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강기신 실장은 “연구자임상이든 상업화 임상이든 임상시험 프로토콜과 수행 과정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1상만 거친다고 제품 허가가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구자의 의지나 치료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국내 세포치료제의 규제 정도가 낮아 제품 허가가 다수 이뤄졌다는 주장은 ""제품을 개발해보지 못했거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우리나라는 오히려 규제가 강하다""고 반박했다.

임상시험 자체가 쉽지 않고 유효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어 효과를 확실히 입증하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이며, 오프라벨(허가초과사용) 규제와 전수조사 진행 등 제도 보완이 있어 관리가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다는 관점이다.

이같이 정부의 규제완화에는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낮아진 규제로 투자나 연구를 활성화해 산업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시각과 무분별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규제완화가 산업의 건전성을 해치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규제완화에 있어 보다 사회 각 계통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식약처는 의료계의 줄기세포치료제 연구자 임상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고 이해를 돕고자 규정, 승인절차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1년에 2회에 걸쳐 교육을 마련할 예정이며 올해는 10월 초 교육이 진행된다.

또 앞으로도 꾸준히 규제와 정책적인 측면에서 국제조화를 이루고, 각계 단체 등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김지섭 기자 jskim@monews.co.kr"
송병기 기자
jskim@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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