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방문객 많으면 등대길 안 나가요”…풍성한 한가위, 팽목항은 위로 받을 힘마저 잃었다

[현장기자] “방문객 많으면 등대길 안 나가요”…풍성한 한가위, 팽목항은 위로 받을 힘마저 잃었다

기사승인 2014-09-08 21:54:55
추석인 8일 오전 실종자 가족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진도 팽목항 등대길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김영균 기자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주저앉은 전남 진도 팽목항에 풍성한 한가위는 없었다. 남은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자식과 가족들을 기다리며 먼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혹시나 하는 절박한 기대감을 갖고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추석 당일인 8일 오전 10시 팽목항.


조도와 관매도 등 섬마을이 고향인 귀성객과 귀경객들의 빈 차량이 팽목항 일대에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섬마을 주민들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이 부두를 떠나고 나면 팽목항에는 을씨년스러울 만큼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고향을 찾은 기쁜 마음에 들떠야 할 귀성객과 귀경객들도 참사의 안타까운 무거운 마음과 숙연한 모습으로 말없이 배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간의 화목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 거처를 지날 때면 애달픈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기까지 한다. 자신들의 차량으로 이동하는 내내 말 한마디 없다. 길고 큰 슬픔의 무게에 무너져 있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배려와 위안을 보내는듯하다.



방파제 등대길 난간에는 사고 이후 5개월째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노란 리본들만이 매달린 채 가을 바닷바람에 연신 흐느끼고 있었다. 등대길 난간에 걸려진 “마지막 한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바라보는 방문객들의 표정도 어두워 보였다. 참사로 인한 쓰라린 상처와 그리움에 울고 있을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마음속 위로를 보내는 듯 했다.

오후 12시30분쯤 실종자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있는 간이 식당을 찾았다. 추석을 함께하기 위해 안산 단원고 교장과 교사 등 5명이 지난 7일 이곳에 내려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점심 봉사를 하고 있었다. 아픔을 아는 이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듯 보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들과 반가움을 나누며 위안을 찾는 듯 했다.

고사리와 토란대 등 나물 몇 가지와 어전과 산적 등의 전류, 돼지불고기, 된장찌개 등의 음식이 상위에 차려져 있었다. 직접 만들어 온 식혜와 송편도 내놨다. 하지만 정성스런 명절 음식도 이들의 텅빈 가슴을 채워주지 못하는듯했다. 이들은 맛난 음식을 먹는 등 마는 둥하고 이내 발걸음을 숙소로 옮겼다.

“팽목항을 찾는 방문객이 많으면 등대길에 나가지 않아요. 우리들을 생각한다고 위로하는 방문객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 실종자 가족의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슬픔을 위로하며 가슴 아파하는 방문객들이 귀찮은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위로받을 힘도 없는 듯 해보였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이 146일째를 맞고 있지만 51일 동안 추가 시신수습은 아직까지 없다. 실종자는 현재 10명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7일 이곳에 내려와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목포해경 경비정에 올라 사고 해역을 직접 찾은 뒤 수색작업을 독려했다. 이후 오후 2시쯤 팽목항으로 돌아온 뒤 가족지원상황실에서 수색 관련 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었다.


가족의 정을 한껏 나누는 풍성한 한가위의 팽목항도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아는 듯 밤 바다의 긴 파도소리만이 들렸다.




팽목항=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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