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5인치대 화면’의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애플의 ‘잡스 잊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쿠퍼티노 플린트 센터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4.7인치 화면의 아이폰6, 5.5인치의 아이폰6+(플러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경쟁사들과 함께 ‘대화면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삼성의 갤럭시S5와 갤럭시노트4는 화면크기가 각각 5.1인치, 5.7인치, LG G3는 5.5인치이다.
애플은 삼성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시장의 대화면 흐름 속에서도 4인치 이하의 ‘작은 스마트폰’ 전략을 고수해왔다. 전작인 아이폰5와 아이폰5S의 화면크기도 4인치였다.
이는 애플의 상징적인 존재인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와 관련이 있었다. 잡스는 생전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이번 신제품 공개로 ‘잡스 철학’을 버리고 ‘팀 쿡의 애플’로 가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팀 쿡(사진) CEO는 주변의 반발이 나올 정도로 자신의 원칙은 고집스럽게 바꾸지 않는 잡스와 달리 시장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모바일 콘텐츠의 발전으로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이번에도 대화면 아이폰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앞서 팀 쿡 체제의 애플에서 내놓은 7인치대의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 역시 잡스의 철학과는 어긋난 것이었다. 잡스는 생전 삼성 갤럭시탭을 겨냥해 “7인치대 제품은 사망한 채로 도착할 것(DOA·dead on arrival)”이라고 독설을 한 바 있다. 다만 태블릿PC의 경우 스마트폰과 반대로 화면을 줄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다. 먼저 나온 아이패드가 9.7인치였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팀 쿡이 “(의사결정을 할 때) ‘스티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최근 전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잡스가 팀 쿡에게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절대 던지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