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승부조작’ 울어버린 피해자 아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셨으면”

‘태권도 승부조작’ 울어버린 피해자 아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셨으면”

기사승인 2014-09-15 18:04:55
당시 경기 동영상 캡처. 종료 51초 전 붉은색 헤드기어를 쓴 전군이 5대1로 앞서 있다.(위 캡처) 그런데 6초 전 7대5 상황에서 심판이 돌연 파란색 상대 선수에게 3점을 부여하면서 8대7로 경기가 끝난다. 전군이 허리를 굽힌 채 양 손을 무릎에 짚으며 허탈해 하고 있다. 경찰 제공

한 가장을 자살로 내몬 ‘태권도 승부조작’ 의혹이 경찰조사를 통해 15일 확인되자 피해자 아들 전모(20)군이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5월 전국체전 태권도 고등부 서울시대표 3차 선발전에서 서울시 태권도협회의 조직적 승부조작(업무방해)이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김모(45) 협회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판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전군은 경찰 브리핑 후 “늦게나마 사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참가했던 전군은 경기 종료 50초 전까지 5대1로 앞서다가 막판 윗선의 승부조작 사주를 받은 심판의 경고 남발로 흔들리며 7대8로 역전패했다. 태권도 관장인 전군의 아버지는 보름 뒤 편파판정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군은 “당시 갑자기 경고가 계속 나오니까 ‘이게 경고 사항인가’ 하고 감독님한테도 여쭤보기도 했다”며 “전광판을 보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군은 “다른 대회에서도 애매한 상황에서 어떤 선수에게는 얼굴 가격 점수를 주거나 경고를 남발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억울한 대회 탈락과 아버지의 자살로 인한 충격으로 태권도를 포기할 생각도 했고, 현재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군은 “앞으로 상대 선수와 기량으로만 완벽하게 승부를 겨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동석한 전 서울시 태권도협회 기술전문위 수석부위원장 오영진씨는 “협회는 지금까지 많은 승부조작을 했으며, 특히 지난해 서울시대표 선발전은 승부조작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심각했다”며 “태권도계는 금품과 학연으로 얽힌 ‘끼리끼리’ 문화가 팽배하다. 큰 대회에서는 5000만원 이상이 오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도 말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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