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20년… 한국형 명품 가전의 발견①] 김치냉장고의 성공, 한국형 가전 발전의 시금석 놓다

[김치냉장고 20년… 한국형 명품 가전의 발견①] 김치냉장고의 성공, 한국형 가전 발전의 시금석 놓다

기사승인 2014-09-29 10:34:55
"김치냉장고 20년, 문화·산업 발전에 획기적 기여… 한국형 가전의 대표적 성공사례 꼽혀

김치냉장고는 김장독의 김치 숙성 및 보관 원리를 현대적 기술로 구현한 제품이다. 땅속에 묻는 김장독처럼 냉기 유출과 외부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냉장고 내 온도를 땅속같이 0℃ ~ -1℃ 사이로 유지해 장기간 신선한 김치 맛을 유지한다.

1995년 11월 에어컨을 생산하던 만도기계(현 위니아만도)가 김치냉장고를 대중화 시킨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지난 20년 김치냉장고의 발전과 김치냉장고가 한국 문화와 산업에 끼친 영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김치냉장고 20년 문화와 산업을 바꾸다

20년간 김치냉장고가 한국 가전시장에 몰고 온 성과는 크다. 95년 위니아만도가 4000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본격 합류한 99년에는 60만대, 2001년에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하면서 김치냉장고는 단일품목으로 시장규모만 연간 1조원을 넘어서는 국내 가전 최초의 ‘1품 1조’ 시대를 열었다.



보급률도 2001년 20%대에서 2011년 90%를 넘어섰다. 국산 가전제품 중에서 텔레비전과 냉장고가 21년, 세탁기가 23년만에 보급률 8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대형 가전 중 가장 빠른 성장을 한 셈이다.

김치냉장고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기술이 접목된 최초의 한국형 토종가전의 첫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김치냉장고의 성공 이후 쌀냉장고, 반찬냉장고 등 한국인의 생활 습관에 뿌리는 둔 가전제품 개발 붐이 형성됐다.

김치냉장고는 인기가 절정을 이룬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는 아파트 분양같은 대형 행사의 단골 경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기초단체장 보권선거에서 투표 독려를 위해 선관위에서 경품으로 김치냉장고를 걸 정도였다. 한 고위층이 수천만원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다 도둑맞는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산업전반에 끼친 영향력도 컸다. 김치냉장고가 보급되면서 김장철이라는 떠들썩한 연례행사의 풍속도도 달라졌다. 해마다 김장철에 수요가 몰려 배추, 무, 고추 가격이 폭등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지만 김치냉장고의 보급으로 사시사철 김치를 담글 수 있게 되면서 수요를 분산시켜 김장재료 안정화에도 일조했다.

또한 IMF로 내수시장이 잠식된 시기에도 주부들이 갖고 싶은 생활가전 1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침체된 가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업체들의 김치와 발효음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전통음식인 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한식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김치냉장고와 일반냉장고, 뭐가 다르지?

김치냉장고와 일반냉장고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냉각 방식이다. 김치냉장고는 저장실 자체를 차갑게 냉각하는 직접냉각방식을 사용하고 일반냉장고는 저장실에 차가운 냉기를 순환시키는 간접냉각방식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두 가지 방식을 혼용한 제품이 일반적이다.



일반냉장고는 문을 열면 무거운 냉기가 바닥으로 흘러내리면서 실외의 뜨거운 공기가 유입된다. 이 때문에 문을 닫으면 다시 냉각시켜 본래의 설정 온도까지 도달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냉장고문 빨리 닫아라. 전기세 나간다”는 어머니 잔소리가 맞는 이야기인 셈이다. 반면 김치냉장고는 일반적으로 상부개폐식(뚜껑식)으로 만들어져 문을 열더라도 냉기가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아 온도 유지에 유리하다.

일반냉장고의 간접 냉각 방식은 내부의 온도편차가 크고 냉장고 내부의 공기를 끌어들여 냉기로 전환시키기 때문에 보관하는 음식물의 수분도 함께 빠져나가 김치나 채소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물 보관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

김치냉장고가 난방을 위해 직접 바닥을 데우는 ‘온돌식’이라면, 일반냉장고는 더운 공기를 내뿜는 ‘온풍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식품을 장기간 신선하게 보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음식문화에 따라 효율성에 차이는 있다.

김진환 기자 goldenbat@kukimedia.co.kr"
goldenbat@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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