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20년… 한국형 명품 가전의 발견②] 치열한 경쟁… 김치냉장고 기술 발전에 기여

[김치냉장고 20년… 한국형 명품 가전의 발견②] 치열한 경쟁… 김치냉장고 기술 발전에 기여

기사승인 2014-09-30 16:47:55
"김치냉장고 ‘최초’ 타이틀… 명칭은 LG, 기술은 삼성, 대중화는 위니아만도

김치냉장고는 김장독의 김치 숙성 및 보관 원리를 현대적 기술로 구현한 제품이다. 땅속에 묻는 김장독처럼 냉기 유출과 외부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냉장고 내 온도를 땅속같이 0℃ ~ -1℃ 사이로 유지해 장기간 신선한 김치 맛을 유지한다.

1995년 11월 에어컨을 생산하던 만도기계(현 위니아만도)가 김치냉장고를 대중화 시킨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지난 20년 김치냉장고의 발전과 김치냉장고가 한국 문화와 산업에 끼친 영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최초의 김치냉장고는 누구?



오늘날 흔히 접하는 김치냉장고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김치냉장고’라는 제품명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84년 3월 금성사(현 LG)가 출시한 ‘금성 김치냉장고’다. 플라스틱 김치통 4개가 들어가는 45ℓ 용량으로 18㎏의 김치를 보관할 수 있었다. 김치전용 냉장고라기보다는 냄새가 강한 김치를 별도의 공간에 보관하거나 일반냉장고의 부족한 용량을 보충하는 보조 냉장고로서의 역할을 한 제품이다. 대우전자도 유사한 제품을 선보였지만 당시에는 김장독 사용이 대중적이었기 때문에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90년대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일반화 되면서 김장 문화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김장독을 땅에 묻는 게 어려워지면서 김치 발효와 장기 보관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1년 여에 걸친 연구 끝에 김치의 발효 정도를 선택할 수 있고 일반냉장고에 비해 3배 정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를 92년 가을 출시했다. 150ℓ 제품의 경우 직접냉각 방식의 독립형으로, 550ℓ 제품은 일반냉장고에 김치전용 보관 공간만 직접냉각 방식으로 제작했다. 직접냉각방식을 적용한 독립형 김치전용 냉장고 기술의 시초는 삼성으로 보면 된다. 김치전용 냉장고에 대한 인식을 심어준 제품이었지만 일반냉장고와 차별화하지 못하면서 대중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위니아만도는 김치냉장고를 별도의 가전제품으로 인식시키는 데 주력하면서 대중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최초 김치냉장고’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딤채’라는 전통적 이면서 세련된 브랜드명을 잘 접목했고, ‘발효과학’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내 하드웨어적 기술만큼이나 김치 그 자체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연구도 잘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게 주요했다.

◇김치냉장고의 진화, 어디까지?

90년대말까지 김치냉장고의 원형인 뚜껑식이 주류를 이뤘다. 김치 숙성과 보관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지만 점차 용량이 커지면서 내부의 김치통을 꺼내기 불편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99년‘칸칸 서랍’ 방식의 제품이 출시된다. 서랍형이라 꺼내기 편리하고 상단부 공간에 전자레인지를 올려놓을 수 있는 등 공간활용이 좋다는 점을 크게 부각했다.

편리성 측면에서는 분명 서랍식이 우세했지만 냉기효율 면에서는 뚜껑식보다 부족했다. 2000년 초에는 일부 서랍형 제품의 효율성과 견고성이 문제가 되면서 이를 보완해 뚜껑과 서랍을 혼용한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단부는 서랍식으로 만들고 상단부는 뚜껑식으로 만들면서 용량도 한층 커졌다.

2000년은 김치냉장고 역사에 큰 획을 그은 해다. 처음으로 ‘냉동’ 기능을 접목시킨 제품이 출시 돼 일반냉장고의 냉동공간 부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육류와 생선을 냉동시키지 않고 효과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살얼음 기능’도 선보이는 등 멀티형 가전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같은 해에 처음으로 김치냉장고 표준규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온도지속유지’, ‘소음’, ‘기준온도 도달시간’ 등의 주요 규격이 설정됐다. 또한 일본, 미국 등 교포들이 많은 국가와 발효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첫 수출을 한 해이기도 하다.

2000년 중반에는 스탠드형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폭을 줄이고 키를 높힌 스탠드형 제품은 공간활용이나 인테리어 측면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7~10년 정도인 김치냉장고의 교환 주기와 ‘애벌래 김치’, ‘납 김치’ 등 수입산 김치의 불안과 맞물려 제2의 김치냉장고 전성기를 맞게 된다.



스탠드형의 경우 하단부는 직접냉각방식의 서랍식으로 김치를 저장할 수 있게 했고 상단부는 일반냉장고와 같은 간접냉각방식의 도어형으로 김치 외에 다양한 식품을 보관하게 설계됐다. 효율이 좋은 뚜껑식을 포기했다는 의문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서랍식도 뚜껑식만큼 효율적으로 냉기를 단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체에서도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적 측면을 강조한 제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하얀색 일색이던 냉장고 시장에 디자인 바람이 불면서 화려하고 예쁜 김치냉장고를 찾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 제조사들은 앞다퉈 패션디자이너, 유명 화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김치냉장고를 통한 주방 인테리어의 변화를 강조했다. 주방가전의 ‘깔 맞춤’ 붐도 불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김치냉장고의 대세는 ‘메탈’이다. 화려한 색채보다는 금속 그 자체의 색감으로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전달하겠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기능적 측면에서도 진화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최상의 김치맛을 유지하면서 유산균과 비타민 생성을 극대화 시켰고, 김치 외에도 다양한 식품을 독립된 공간에 저장하며 공간별로 온도 조절을 할 수 있게 됐다. 발효기능, 신선도 유지, 활용의 다양성 면에서는 이미 일반냉장고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김진환 기자 goldenbat@kukimedia.co.kr"
goldenbat@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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