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맘때면 병의원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독감 예방접종’이 바로 그것인데요. 독감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 중 가장 흔한 병입니다. WHO는 해마다 수억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독감은 매면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발생합니다. 보건소나 병의원에 쉽게 접종할 수 있는 독감 백신은 녹십자, 일양약품, SK케미컬, 보령제약, 사노피, 노바티스 등 국내외 여러 제약사에서 만들어 보급합니다. WHO가 해마다 이듬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를 발표하기 때문에, 제약사를 이를 참고해 독감 백신을 해마다 새로 만들죠.
누구에게나 자주 찾는 동네 병원이 있죠. 흔히 감기나 몸살로 자주 찾던 병원에서 독감 예방접종까지 하게 되는데요. 이때 병원마다 독감 예방접종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만5000원하는 병원도 있고 3만원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독감 예방접종의 가격이 저마다 다른 이유는 백신접종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즉, 병원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해 환자들에게 고시할 수 있죠. 백신 가격은 제약사의 납품단가에 진찰비를 더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백신 가격이 저렴하다면 단가가 낮은 백신을 사용했거나 진찰비를 낮게 받는 경우인거죠.
단가가 낮은 백신이라고 성분 면에서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두세개 질환을 주사 한 대로 합친 콤보백신이나 대상포진, 자궁경부암과 같은 프리미엄 백신과 달리 독감 예방접종은 많은 수의 브랜드가 시판되고 있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공급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일각에서는 독감 예방접종이 병의원의 돈벌이가 되어주던 시기는 지났다고 합니다. 지속된 경기둔화로 비교적 저렴한 보건소를 찾는 경향이 짙어졌고 이와 동시에 보건소를 불신하며 2차, 3차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들도 줄었다고 하네요. 그런 상황에서 병원들도 수익성만 따지며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도 없는 것이죠.
이번에도 어김없이 ‘독감 기승’이라는 기사가 나올 테죠. 동네병원들은 환자 유치를 위해 수익성을 접어두고 접종비를 낮추는 눈치작전을 벌일 수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선 속사정을 모르고 몇 천원 차이나는 접종비를 따지는 환자들이 야속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좋은 백신을 보다 저렴하게 맞고 싶은 건 환자의 이기심이 아닌 인간의 순수한 바람이겠지요.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