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방남한 북한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일행이 우리 측 고위 당국 대표단과 인천의 한 호텔에서 환담 시간을 가졌다.
우리측에서는 류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 김기웅 통일정책실장, 한기범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이 환담 장소에 나왔고, 북측에서는 황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와 이미 이번 아시안게임 참석을 위해 인천에 와 있던 김영훈 체육상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덕담을 나누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류 장관은 “우리 남북이 참으로 같은 민족이고 거리로 따지면 걸어서도 올 수 있는 거리인데 멀리 오랜 시간 돌아오시게 됐다”며 “북측의 여러분이 오셔서 잘 지내시길 바라고 폐막식에 참여해주신데 대해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북한을 꺾고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 “아마 북측이 대승적인 관점에서 여자는 (남측에) 이겼으니까 남자는 우리가 양보하자고 한 게 아닐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북측 김양건 부장은 “개막식도 아니고 폐막식이지만 우리 총정치국장이 불시에 오게 됐다.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서 급히 관심을 갖고 수고들 많이 해주신 데 대해서 사의를 표한다”면서 “이번에 경기대회 성적이 좋다. 축구는 북과 남이 독차지했다”라고 화답했다.
최룡해 비서도 “이번에 남측 응원단과 선수들이 사심없는 응원이 됐고 이번 경기대회 편의를 조직위원회 남측에서 잘 보장했기 때문에 우리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조국통일을 위한 사업에서 체육이 제일 앞서지 않았는가 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고 말했다.
‘북한 2인자’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얘기를 꺼내지 않고 엷은 미소를 띤 채 대화를 듣기만 했다.
이날 환담은 오전 11시14분부터 약 20분간 진행됐다.
이어 북측 대표단은 인천시내 한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장관,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과 오찬 회담을 가졌다.
앞서 최룡해 부서와 김양건 부장은 호텔 환담 장소로 올라가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