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코리아가 믹서기 제품 3종에 대한 리콜 권고에도 사과는커녕 결함사실을 숨기고 무료로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것처럼 ‘꼼수’를 부려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3일 필립스코리아 전기 믹서기 제품의 칼날부 베어링에 부식이 발생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필립스코리아측에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필립스코리아는 소비자원의 권고를 수용하고 해당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예정된 수순.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필립스코리아는 자사 홈페이지(www.philips.co.kr) 공지에 리콜이라는 내용은 ‘쏙’ 뺀 채, ‘무료 칼날 업그레이드’라며 마치 아무런 문제없는 제품의 성능을 높여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 소비자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실제 공지내용을 살펴보면 소비자원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필립스코리아는 고객 만족과 믹서기 성능 개선을 위해 아래 3종 믹서기 모델에 한해 12월 31일까지 보다 나은 성능의 칼날 부품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실시합니다”고만 명시해 결함에 의한 시정권고를 이벤트 프로모션으로 바꿔버린 웃지 못 할 상황을 만들고 있다.
또한 8만8656명이 가입한 필립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대표카페 ‘필립스 맘’에는 현재 이번 리콜이나 무상 업그레이드에 대한 어떤 공지도 없는 상태다. 거기다 구매고객에게 개별 연락을 취하지 않기로 해 제품 리콜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구매 고객은 결국 부식된 믹서기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필립스코리아는 한국소비자원의 리콜 권고를 수용하는 척하며 소비자들에게 사과는 커녕, 반대로 이를 마치 고객을 위해 서비스를 해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등 글로벌 기업답지 못한 뻔뻔한 대응으로 한국 소비자를 우롱한 셈이다.
이번 필립스 믹서기의 결함을 조사한 정진향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팀 팀장은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해 안전 위해 요소들을 찾아내고 해당 제품에 대한 업체의 자발적인 시정조치를 권고는 하지만, 업체의 후속조치에 대한 확인과 감시의 권한은 없다”며 “업체 스스로가 성숙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국내 생활가전업체 한 관계자는 “자사의 과실을 최소화 하려는 건 본능이겠지만, 필립스 같은 대형 글로벌 기업이 보여주는 행동으로는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제품사용설명서에 3분 이상 작동시키지 말도록 표기를 해두고 올해 2월부터는 해당 부품을 교체해 제품을 출시한 것을 보면 필립스가 사전에 제품 결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진환 기자 goldenbat@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