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김익현 부장판사)는 프랑스인 A씨가 인터넷 동영상 강의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B사는 A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B사는 2012년 3월 인터넷 검색을 통해 A씨가 가슴 부분에 한글로 ‘외국인’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을 내려받았다.
B사는 이런 A씨의 사진에서 얼굴 부분만을 유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구입한 다른 사람의 얼굴로 대체해 새로운 사진을 합성했고, 이 사진을 그해 5월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영어회화프로그램 광고에 활용했다.
이에 A씨는 얼굴 사진은 유료로 구입했지만 몸 부분은 따로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했기 때문에 B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사가 A씨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대체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과 주위 사정 등을 통해 사회통념상 A씨라고 식별할 수 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광고에 사용된 인물의 얼굴이 비록 A씨의 얼굴은 아니지만 그와 같은 백인 남성인데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A씨와 쉽게 구별되지 않고, 얼굴 외에는 A씨의 사진을 그대로 사용해 체격이나 머리카락, 옷차림 등으로 A씨라고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의 없이 무단으로 광고에 A씨의 사진을 사용한 것은 영리목적으로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기는 했지만 얼굴 부분은 A씨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미지여서 초상권 침해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 원고 패소로 판결했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