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요즘 LG가 (팬들을) 미치게 합니다, 미치게 해요.”
지난 9일 이효봉 XTM 해설위원이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끝난 후 한 말입니다. 이 경기에서 LG는 0대 6으로 뒤지던 경기를 8회에 6대6으로 만들고, 급기야 연장 10회말 공격에서 주장 이진영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7대 6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6월 7일에 ‘-16(17승33패)’까지 떨어졌던 LG는 이 승리로 승률 5할을 맞추게 됩니다.
밑바닥을 맴돌다 거짓말 같은 페이스로 4위까지 올라섰고, 지난 5일과 6일엔 각각 2, 3위 팀인 넥센과 NC를 상대로 보기 드문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 승리를 거둔 LG였습니다. 그러다 5할에 복귀하는 경기마저 이렇게 극적으로 이겼으니 ‘미치게 한다’는 이 위원의 표현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 들어간 후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LG는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NC를 연파했습니다. 그저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정규시즌의 주요 기록을 뒤엎어가며 거둔 연승이기에 팬들은 더 기가 막히고 미쳐가는 겁니다.
LG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 키워드는 ‘홈런’입니다. 13대 4로 이긴 1차전에서 최경철이 6대 0으로 승기를 잡는 스리런 홈런, 박용택이 8대 1로 달아나며 NC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리는 솔로홈런을 터뜨렸습니다. 4대 2로 승리한 2차전은 정성훈과 브래드 스나이더의 홈런 2방으로 3점을 내 아예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그런데 LG는 올해 팀 홈런 꼴찌(90개)입니다.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개가 안됩니다. 넥센 박병호(52개)와 강정호(40개) 두 선수가 때린 홈런 수만큼도 안 됩니다.
홈런만 나온 게 아니라 타선이 전체적으로 폭발했습니다. 1, 2차전에서 모두 두 자릿수(16안타, 11안타) 안타를 치며 NC의 혼을 빼놨습니다. 이런 LG는 정규시즌 때 ‘저질 타선’이었습니다. 팀타율 0.279, OPS(출루율+장타율) 0.761로 9개 구단 중 최하위였습니다.
상대의 자랑할만한 기록을 뒤집어 버린 것도 LG의 승리 요인 중 하나입니다. NC는 올 시즌 팀 도루 2위(154)를 자랑하는 기동력의 팀입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2경기를 하는 동안 한 번도 루를 훔치지 못했습니다. 1차전 두 차례 폭투 때 모두 2루를 노렸다가 포수 최경철에게 저격당했습니다. 2차전에서도 1사 1, 2루 찬스 때 3루 도루를 시도했다가 또 최경철에게 잡혔습니다. 2차전은 점수 차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도루 실패로 끊어진 흐름이 아쉽기만 합니다.
꼴찌에 허덕여 ‘올해는 안 되겠구나’하니 드라마 같은 경기를 잇달아 연출하며 4강까지 올라섰고, ‘올라간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하니 정규시즌 때와는 정반대의 팀이 돼 가을야구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정 떼려고 하면 와서 예쁜 짓 하는 이 ‘요물’ 같은 행보가 어디까지 갈까요. LG가 NC를 한 번만 더 이기면 정규시즌 승률 5할이 안 되면서(0.492·62승2무64패) 플레이오프까지 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팀이 됩니다. 이때가 되면 팬들은 정말로 미쳐버릴지 모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