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도경수(21)라는 이름이 생소한가요? 그렇다면 그룹 엑소(EXO) 멤버 디오는 어떤가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돌이 연기자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잠시 가명을 내려놓고 본명으로 돌아갔습니다.
도경수는 영화 ‘카트’에서 첫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도 출연했지만 영화 촬영이 먼저였습니다. ‘카트’가 배우 인생의 첫 작품인 셈이죠. 팬들의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 첫 선을 보이는 자리인 언론시사회에도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22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는 일찌감치 팬들이 모였습니다. 첫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잔뜩 긴장했을 도경수에게 힘을 주고 싶었겠지요. 팬들은 삼삼오오 들뜬 표정으로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길목 곳곳에 자리를 잡고 도경수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팬 연합에선 특별한 준비까지 했습니다. 현장을 찾을 기자들을 위해 선물꾸러미를 준비한 겁니다. 쇼핑백에 떡, 쿠키, 음료수, 텀블러, USB 등을 잔뜩 챙겨 넣었죠. 도경수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엽서도 함께요. 기자들은 ‘요즘 팬들 정성이 참 대단하다’ 놀라며 상영관으로 들어섰습니다.
상영시간 110분이 흐른 뒤 영화는 강한 여운을 남기며 끝났습니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등 배우들은 물론 전 출연진의 연기가 뛰어났습니다. 도경수도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여 놀라움을 줬지요. 객석 여기저기선 박수소리가 들렸습니다. 영화 메시지가 주는 먹먹함 속에 취재진들은 이어 진행될 언론간담회를 분주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예정시간이 지나도 간담회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앞쪽 좌석에 앉아있던 일부 사람들과 관계자들 사이에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습니다. 보통 간담회에서 앞좌석엔 사진기자들이 자리합니다. 그런데 정식 등록된 사진기자로 보이지 않는 젊은 여성들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그곳에 앉아있던 겁니다.
취재진들이 항의하며 행사는 20여분간 지연됐습니다.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지요. 관계자가 수차례 “언론 매체 기자가 아닌 분들은 나가달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일일이 소속과 얼굴을 확인하며 퇴장을 요구하자 억울한 표정을 한 채 밖으로 나갔습니다. 일부는 조용히 자리를 옮겨 계속 간담회를 지켜보기도 했지만요.
한바탕 소란에 영화가 남긴 감동은 식어버렸습니다. 영화 관계자는 “일부 팬들이 기자 명함을 제작하는 등 방법으로 언론사 취재진을 사칭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제작보고회 때도 영화 티켓까지 만들어와 이번엔 특별제작한 티켓을 배부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잔뜩 화가 난 기자들은 “엑소 극성팬들의 민폐”라며 질타하는 기사들을 내보냈죠.
가장 난처한 사람은 도경수가 아닐까요. 본인 때문에 영화 홍보에 폐가 됐다며 마음 쓰진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인기가 하도 많으니 별 일이 다 있습니다. 팬들 사랑이 짐이 되진 않아야 할 텐데 말이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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