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LG·NC 섭섭하겠네…가는 선동열·오는 김성근, 준플레이오프 ‘신 스틸러’

[친절한 쿡기자] LG·NC 섭섭하겠네…가는 선동열·오는 김성근, 준플레이오프 ‘신 스틸러’

기사승인 2014-10-25 22:59:55
사진=국민일보DB

25일 오전까지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 이슈는 무엇이었을까요. 단연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입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그랬을까요. ‘단언컨대’ 아닙니다. 굳이 순위를 매겨보자면 3위입니다. 1, 2위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가는 자와 오는 자, 처지가 다른 2명의 감독이 가져가 버렸습니다.

첫 번째 ‘신 스틸러(scene stealer)’는 KIA 선동열(오른쪽 사진) 감독입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시작된 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때일까요. 불과 6일 전에 KIA와 재계약 했던 선 감독이 돌연 사퇴했다는 소식이 등장했습니다. 재임 기간인 3년 간 성적이 부진(정규시즌 5위, 8위, 8위)했기 때문에 재계약 발표 소식도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재계약을 안 했다면 모를까 하고 나서 며칠 만에 스스로 물러난 건 30년이 넘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입니다.

잠실구장에서 가을야구는 한참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인터넷은 ‘선동열’이 접수했습니다. 이날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LG ‘이병규’(7번)도 보이긴 했지만 ‘선동열’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중반을 넘어서며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새로운 ‘서포터(supporter)’가 등장했습니다. ‘안치홍’이었습니다. 재계약에 반발하는 팬들의 여론에 최근 전해진 ‘안치홍 사태’가 선 감독 사퇴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든 겁니다.

선 감독이 재계약 후 입대를 결정한 팀의 핵심 전력 안치홍에게 “임의 탈퇴”를 거론하며 입대 보류 ‘협박’을 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선 감독은 “내가 안치홍을 어떻게 협박하느냐”며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4차전이 치러지는 내내 각 포털 스포츠 부분의 많이 본 기사나 검색어 상위권은 준플레이오프가 아닌 선동열, 안치홍 관련 이슈가 더 많이 차지했습니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났습니다. LG가 11대3 승리로 4차전을 이기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했습니다. 이로서 LG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승률 5할을 안 되면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팀이 됐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저녁에 갑자기 또 한 명의 ‘신 스틸러’가 나타나 선 감독과 바통을 터치했습니다.


김성근(왼쪽 사진)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이 올 시즌 최하위팀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뻥’ 터진 겁니다. 김 전 감독은 향후 3년 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에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됐습니다.

최근 며칠 간 청원 동영상, 한화 본사 앞 1인 시위 등 “김성근 영입”를 애절하게 외쳤던 한화 팬들의 소원이 이뤄진 겁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김 전 감독의 지휘 아래 한화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야신’이 ‘꼴찌’를 맡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뉴스입니다.

25일 오후 10시 10분 기준 포털 상황을 한 번 보겠습니다. 준플레이오프 가 끝난지 불과 4~5시간 밖에 안 됐습니다.

네이버 스포츠에서 많이 본 기사 상위 8개 중 김 전 감독 관련 기사가 5개, 선 감독 관련 기사가 1개입니다. 준플레이오프 관련 기사는 없습니다. 급상승 검색어 5위가 ‘한화이글스’, 9위가 ‘선동열’입니다. 준플레이오프 관련 검색어는, 역시 없습니다.

가을야구 시즌에 가을야구가 야구팬들에게 최고의 주목을 받지 못한, 보기 드문 날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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