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72)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사령탑으로 선임된 건 단지 최고의 지도자가 만년 최하위팀을 맡았다는 의미를 뛰어 넘는다.
김 전 감독이 지난 2007년에 전년도 6위였던 SK를 맡은 후 우승 3회, 준우승 1회를 차지하는 등 ‘왕조’를 구축했다는 걸 모르는 야구팬들은 없다. 흥미로운 건 올해 꼴찌를 한 현재의 한화 상황이 당시 SK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2006년 겨울에 SK 유니폼을 입은 김 감독은 박경완(1972년생), 김재현(1975년생), 정대현(1978년생) 등 베테랑들을 중심에 놓고 신진 선수들을 적극 육성하며 팀을 손질했다.
이때 김 전 감독의 손에 쑥쑥 자라며 ‘최강 SK’에 힘을 보탠 선수들이 조동화·박정권(1981년생), 정근우·김강민·박재상·정상호(1982년생), 윤길현(1983년생), 최정(1987년생), 김광현(1988년생) 등이다.
8년이 흐른 현재 한화에는 이 시절을 함께 했던 정근우가 있다. 30대인 정근우는 한국 프로야구 내야진의 큰 형님 같은 존재가 돼 있다. 올해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는 타율 0.295, 137안타, 44타점으로 변함 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여기에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비력은 발군이다.
여기에 김태균(1982년생), 송광민(1983년생), 김태완(1984년생), 최진행(1985년생) 등 중심을 잡아줄 선수들이 많다.
한화의 특징 중 하나는 전도 유망한 1990년대생 투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 전 감독이 만들 ‘새로운 한화’의 주축으로는 이태양(1990년생)·유창식(1992년생)·최영환(1992년생) 등의 선수들이 전면으로 나설 수도 있다.
물론, 2006년 겨울 김 감독이 부임한 SK보다는 2014년 겨울의 한화가 조금 더 사정이 나빠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김 전 감독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열린 셈이다.
김 전 감독은 특유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한화의 고질적 문제인 수비 개선에도 적극 나설 것이 분명하다.
김 전 감독은 지난해 5월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김성근 감독 토크쇼 With 야구부’에서 한화의 약점으로 ‘외야 수비’를 꼽았다.
그는 “외야수는 우선 걸음이 빨라야 하는데 한화(외야진)에는 빠른 선수가 한 명도 없다”며 “(약한) 외야수비 때문에 1루타가 2루타로, 2루타가 3루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화의 최근 수 년 간 성적이 안 좋은 것에 대해 ‘투수가 없다’고 했지만 김 감독은 “외야 수비를 잘하면 투수도 자연스럽게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