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허지웅이 가수 신해철을 향한 애도의 마음을 글로 전했다.
신해철이 사망한 27일 허지웅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신해철과 함께 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허지웅은 “형은 곧잘 철지난 농담을 길게 늘어놓고는 했다”며 “나는 그런 그를 무척 구박했지만 구박하는 재미가 있는 형이었다”면서 글을 시작했다.
허지웅은 신해철의 복귀작 jtbc ‘속사정 쌀롱’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형에게 ‘무조건 여기서 망가져야 산다’고 말했다”며 “녹화 내내 (그렇게) 놀려먹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게 형을 마주한 마지막이 됐다고 했다.
허지웅은 “(녹화) 끝나고 나오는 길에 형이 1차 체중 감량 끝나는 날 양꼬치를 먹으러가자고 했다”며 “그러다 중간에 문자를 보내 킹크랩으로 메뉴를 바꾸자고 했는데, 형은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허지웅의 결혼식 축가도 신해철이 불렀다고 했다. 그는 “오래 전 형이 결혼식 축가로 ‘일상으로의 초대’를 불러줬었다”며 “노래를 부르는 동안 형이 음이탈을 몇 번 해 그걸 가지고 두고두고 놀려먹었지만 사실 나는 여태 단 한 번도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얘기를 끝내 직접 전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글을 마치며 애통한 심정을 토해냈다.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거다. 결코 울고 싶지 않다. 구박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구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니 너무 폭력적이라 막 얻어맞은 것 같이 뺨이 얼얼하다. 친애하는 친구이자 놀려먹는 게 세상 최고로 재미있었던 나의 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조금도 슬프지 않다. 나는 화가 난다. 보고 있나. 보고 있느냔 말이다. 형 진짜 싫어. 정말 싫다. 짜증나.” 글은 이렇게 끝났다.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22일 갑자기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을 받은 신해철은 이후 계속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다 27일 오후 8시19분 끝내 사망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