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에 대해 몰랐을 법한 이야기②] “서태지는 송곳, 나보다 영리하고 인내심 강해”

[신해철에 대해 몰랐을 법한 이야기②] “서태지는 송곳, 나보다 영리하고 인내심 강해”

기사승인 2014-10-29 15:11:55

27일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은 2008년 8월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음악 웹진 ‘이즘(IZM)’과의 인터뷰에서 서태지에 대해 “나보다 영리하고 인내심도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신해철은 “(서태지 신보를) 몇 초 정도만 들어봤다”며 “숨소리만 들어도 앨범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 아티스트가 한 나라에 한 10명, 20명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팬들은 너무 지조가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서태지 신드롬’은 당연한 문화적 현상이라는 것.

서태지에 대해선 “그 친구에 대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던지는 건 조심스럽다”면서도 “서태지가 나보다 더 영리하고 인내심도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서태지의 신비주의나 은폐에 대한 집착에 대해서 비판도 하지만, 나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경우는 물건으로 비유하면 갈퀴다. 잔뜩 긁어 담은 것 안에 쓸모없는 것들이 같이 왔더라도 건지는 타입”이라며 “서태지는 송곳이다. 한 군데 딱 타깃을 노리고 거기를 집중해서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해철은 “(서태지는) 가장 유리하고 잘할 수 있는 곳에서만 싸움을 벌인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불리해도 공부가 된다고 생각하면 하는데, 태지는 그런 싸움을 벌이지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영리하다. 솔직히 장수로 치면 그게 옳은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데뷔 20주년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해철은 “대학가요제를 나갔을 때와 기타를 잡았을 때, 솔로로 전향한 것”을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꼽았고, 무한궤도 해체 이유에 대해선 “처음 만들 때부터 (대학교) 4학년이 넘어가거나 그 때까지 우리가 성과를 못 얻으면(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못 타면) 무조건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베스트 곡에 대해 “보컬 쪽에서 내 베스트였다고 생각하는 건 ‘정글 스토리’ OST 앨범에 있는 ‘절망에 관하여’, 사운드 메이킹에서 베스트는 ‘Into the arena’”라면서 “‘재즈 카페’는 내 음악 인생의 터닝 포인트 구실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가사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가사로 맘에 드는 건 ‘아버지와 나’, 팬들이 좋아하는 건 ‘나에게 쓰는 편지’가 아닐까 싶다”며 “내 만족도나 팬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장 오랜 세월동안 남는 가사는 ‘The Ocean’”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제일 정이 가는 노래는 ‘그대에게’인 것 같다”며 “원래 사랑하지 않았어도 어떻게 살다보니 정이 드는 것이 있다. ‘그대에게’가 그런 곡”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신해철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뮤지션에 대해 “백두산, H2O, 시나위, 부활. 다 영향을 받았다. 그 중에서 부활의 김태원은 직접적인 스승”이라며 “뮤지션이 뭔지 알려준 형이고 (음악에 대한) 태도를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그는 “솔로 성공하고 가요 프로그램 1위 했을 때도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며 “트로피 한 손으로 받고, 막 아무렇지 않게 빙빙 돌리고. 어쩌면 그런 건방이 날 20년 동안 살린 건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연예활동 20년 만에 남은 건 빚 20억 뿐’이란 발언에 대해선 “tvN ‘택시’에서 한 말인데 기자들이 긁어다 쓴 것”이라며 “죽을 때까지 그런 말을 언급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반농담조지만, 그렇다고 “사실이 아니야?”라고 반문하면 거짓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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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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