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단비 기자] ‘비만’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

[현장에서/김단비 기자] ‘비만’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

기사승인 2014-11-06 07:10:55

우리 사회는 뚱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도의적으로 뚱뚱한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적으로 뚱보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뚱뚱한 여성이 손에 든 빵을 먹으며 횡단보도에 서있다. 맞은편에 서있던 어르신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도 때도 없이 먹으니 살이 찐다며 흉을 본다. 끼니를 걸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 뚱뚱한 남성은 빈 자리가 났는데도 앉을까 말까를 고민한다. 그는 “뚱뚱한 남자는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욕을 먹는다. 늘 먹고 눕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니깐 살이 찐다며 비난을 사기 쉽다”고 푸념했다.

고 신해철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싸고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국과수 1차 부검결과가 나온 지금, 의료사고 여부가 가장 관심 높은 이야기 주제였지만 사망소식이 알려진 바로 직후에는 신씨가 선택한 ‘위밴드 수술’이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었다.

대한비만학회가 2009년 내놓은 비만치료 지침에 따르면 고도비만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라고 적시돼있다. 유일하다는 이유는 식이요법이나 운동이 고도비만환자에게서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위밴드 수술은 고도비만환자들에게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수술이 아니라 비만한 삶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개복술을 실시하던 과거와 달리 복강경을 이용한 비만 수술법은 후유증을 현저히 줄이고 치료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비만치료수술을 고려 중인 한 여성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살을 운동을 빼지 않고 왜 수술로 빼려고 하냐며 수술을 만류한다. 하지만 개인 맞춤 운동도 해보고 온갖 식이요법을 해보았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요요만 반복했다”며 수술을 선택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했다.


비만학회는 지난 몇 년간 비만치료수술의 보험화를 요구해왔다. 미국, 유럽과 달리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은 까닭에 보험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결정권이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번 S병원 사건으로 보험화를 전면 재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을 학회 측에 전해왔다고 한다.

고도비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한 의사는 “의료인이 수술을 잘못한 것이지 수술방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고도비만 환자들이 후유증이 아닌 수천만원이라는 의료비 때문에 수술을 망설인다”고
말했다.

많은 매체에서 비만의 심각성을 이슈로 다루지만 그 해결방법에 대해선 비의료적 측면을 강조한다. 이는 치료지침에 따라 원칙적인 의학적인 수술방법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 우리가 매년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까닭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불균형 등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원인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뚱뚱한 것을 개인의 잘못이 아닌 질환으로 봐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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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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