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호두과자 상자를 사용해 비난받은 업체 측이 “사과문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겨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충청투데이는 “천안시 병천면에 있는 한 호두업체 대표 아들 A씨가 최근 ‘사과는 사태수습용이었다’며 ‘내용을 읽어보면 사과보다 해명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해당 글에서 “사과문을 이 시간부로 전부 다 취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업체 측은 지난달 13일 ‘적반하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희화화’ 캐릭터 물품을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준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야기는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업체는 택배 배송용 상품의 포장에 노 전 대통령을 코알라로 합성해 비하하는 ‘노알라’ 캐릭터 도장을 찍고, 이 도장을 일부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해당 상자에는 ‘중력의 맛’ ‘고노무 호두과자’ ‘추락주의’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고노무’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줄여 부르는 인터넷용어로 조롱의 의미가 담겼다. ‘중력’과 ‘추락’ 역시 노 전 대통령의 투신을 조롱할 때 사용된다. 상자에는 일베 로고와 ‘일베 제과점’이라는 문구도 들어가 있다.
네티즌들은 해당 업체를 강하게 비난했다. 당시 업체 측은 “어떤 정치적 의도나 목적으로 스탬프를 제작, 의뢰한 게 아니다”라며 “한 네티즌이 맛있게 먹은 보답 차원에서 이벤트성으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치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스탬프를 제작하거나 의뢰한 것이 아닌 한 일베 회원이 맛있게 먹은 보답 차원에서 재미 반 농담 반 식의 이벤트성으로 보내왔다”며 “일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큰 의미를 갖지 말고 ‘그들만의 놀이문화’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물론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최근 A씨가 업체를 비난한 네티즌들을 무더기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2일 천안동남경찰서에 따르면 A씨가 대리인 자격으로 지난 4~5월쯤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업체 홈페이지 등에 업체를 비난하는 글을 남긴 네티즌 150여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로써 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은 다시 불붙었다.
충청투데이는 “정치권 일각에서 지역 이미지가 실추된다는 이유로 해당 업체가 포장박스에 사용 중인 천안시 심벌과 마스코트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시에서 인증해 준 업체인 것처럼 비치는 업체 포장 상자의 천안시 심볼과 마스코트(유관순 열사) 사용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시는 업체의 천안시 심볼 사용 중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