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당시 운영이 미숙하다는 비판을 들은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최근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직위가 최근 직원 400여 명에게 TV·세탁기·냉장고 등 1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지급했다.
조직위는 또 최근 직급에 상관 없이 전 직원에게 휴일 근무 수당 명목으로 225만원을 일괄 지급했으며, 계약직 직원 상당수에 대해서는 계약기간을 당초 계약보다 1∼2개월 연장, 연말까지 근무하도록 허용해 월 수백만원의 수입을 보전해 주고 있다.
아울러 조직위 직원 일부는 후원 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후원받아 공무 출장 명목으로 해외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 직원들은 ‘대회와 관련한 공무 출장’에 대해 항공권을 후원한다는 항공사와의 후원계약에 근거해 해외를 다녀왔다.
직원들은 이 근거 자료를 제출하며 항공권 후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항공사 측은 최근 들어 대회가 끝났는데 공무출장 근거가 약하다며 신청을 반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는 대회를 마친 후 국제대회 관례라며 직원에게 약 500만원 상당의 성과급 지급을 추진하려다 여론 반발과 인천시의 반대 의견 등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직위가 다른 수단을 동원해 성과급이나 마찬가지인 보상을 해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위는 문제 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전제품 지급에 대해서는 사업비 긴축 운용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물품만 구입하다 보니 구매예산이 남았다고 밝혔다. 남은 예산을 현물로 구입하지 않으면 어짜피 가전제품 후원사에 현금으로 지불해야 해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항공권 지원은 방송료 정산 등 공식적인 업무 때문에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에 국한돼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졌으며, 휴일 수당 지급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일한 직원에 대해 수당을 지급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계약직 근무 연장 문제 역시 계약기간이 종료된 직원 상당수는 이미 퇴사했으며, 업무를 지속해야 하는 일부 직원만 계약기간이 연장됐다고 밝혔다.
특히 2002한일월드컵, 부산아시안게임, 대구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가 끝나면 조직위 직원들에게 수백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과 달리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 직원들은 매우 열악한 처우를 받고 조직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직위 관계자는 “인천아시안게임은 적은 예산으로 풍성한 기록을 남긴 성공적인 대회”라며 “운영상 경미한 문제들이 지나치게 부각돼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본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모두 법적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집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대회를 치르고 예산이 남았다면 정산 후 반납하는 것이 마땅하다. 조직위가 직원들을 위해 잔여 예산을 소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남았다고 항변하는 예산도 결국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돈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회가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천의 브랜드를 떨어뜨리고 시민들의 비난이 큰 상황에서 돈을 나눠 갖고 근무기간을 늘렸다는 것은 그만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