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수리과학부 K교수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서울대는 1일 “K교수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교내 인권센터가 철저하고 정확한 진상조사를 하도록 조치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동안 K교수의 강의를 중지하는 등 학생들로부터 격리시키고 해당 강의는 대체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수업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피해 학생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구성원 모두가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준수하겠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27일 “K교수가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받아들여 면직처분하기로 결정했다”며 “다음 주쯤 사표 수리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교수가 면직되면 해임이나 파면과 달리 퇴직금이나 연금 수령, 재취업 등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교내 인권센터가 진행 중인 예비 진상조사나 진상조사 결과에 따른 징계 절차 등도 모두 중단되기에 비판이 일었다.

서울대 총학생회 직무대행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와 서울대 대학원생 총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학교는 K교수의 사표를 반려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권력을 매개로 이뤄지는 성폭력 문제는 K교수가 사표를 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학교는 노력하겠다는 진정성 없는 말 대신 진상 규명을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K교수는 지난 7월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며 데리고 있던 다른 학교 출신 20대 여자 인턴을 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도 K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쏟아졌고, 피해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에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