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아키히토 일왕(81)의 생일 축하연이 열린다는 소식에 한 아주머니가 추운 날씨 속에 2시간 동안 파티 참석자들을 꾸짖었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앞에서 촬영됐다.
독립미디어 활동가 미디어몽구는 4일 “생일 파티에 초대받고 온 모든 축하객과 분위기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아주머니 영상을 공유하고 싶다”며 4분 분량의 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게재했다.
영상엔 활빈단 등 보수단체의 기습 시위에 이어 호텔 앞에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는 차량을 향해 욕설을 섞어가며 꾸짖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담겼다. 이 아주머니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일본왕 생일파티에 참여하는 xxx들 자폭하라” “x물이나 먹어라” “전범 국가 왕 생일 파티에 와서 얻어 X먹으러 왔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 등으로 호통쳤다.
아주머니는 “지난해 롯데호텔에서 생일 파티를 열었을 때도 갔었다. 있을 수가 없는 일 아니냐”며 “저 사람들은 욕 들어 마땅하다. 더 심한 욕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면서 “한국에서 일왕의 생일 축하파티가 열리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인터넷에선 일왕 생일파티가 열린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5일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대사관은 약 300명에게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대사관은 지난 7월 롯데호텔에서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열려다가 여론의 반발로 호텔 측이 행사 취소를 통보하자 일본대사관저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축소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호텔에서 일왕 생일 축하연이 열린 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박종근 김태환 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왕 생일 축하연에 참석해 구설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기가 막힌다” “참석자 명단 공개하라” “이젠 대놓고 친일 짓” “서울 한복판에서 일왕 생일 파티라니” 등의 댓글을 달았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