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구겨진 대치동 학부모 자존심 드러낸 광고, 진실은?

[친절한 쿡기자] 구겨진 대치동 학부모 자존심 드러낸 광고, 진실은?

기사승인 2014-12-08 16:24:57
온라인 커뮤니티

‘우리나라 사교육의 중심’ ‘맹모(孟母)의 힘’ 하면 어디가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떠올릴 겁니다. 광역학군제, 수능 난이도 하향 조정, 인터넷 강의 활성화 등 교육 정책에 변화를 줘도 교육열이 여전히 뜨겁죠. 이 교육열이 증명이라도 되듯 버스에 붙은 한 광고가 인터넷에서 시끌시끌합니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버스 광고 문구가 찍힌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서울 간선버스 외부 광고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수능 수학 만점 전국 확산 결사 반대!’라고 쓰여 있습니다. 단호함이 느껴집니다. 대치동 고등학생과 학부모 연합이 광고를 게재했다고도 적혀 있네요. 수능 수학 만점자가 전국적으로 늘어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내용입니다.

올해 2015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물수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쉬웠다고 합니다. 게다가 복수정답 인정 등 수능 등급에 변수가 생겨 그만큼 변별력은 더 낮아졌습니다. 특히 이 광고처럼 이과생들이 선택한 수학 B형의 만점자 비율은 4%인 1등급 컷을 넘었습니다(4.3%·6630명).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는 최하의 난이도로 1~2점이 대학 당락을 결정한 거죠.

게다가 수능 만점자가 총 29명인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경상도 출신이었습니다. 명문 학군인 강남 대치동보다 다른 지역에서 만점자가 더 나온 것을 꼬집어 광고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이 광고가 대치동 학생과 학부모가 게재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입시학원의 노이즈 마케팅일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학원의 이름도 나와 있지 않은데 어떻게 광고가 되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과거 아무 것도 없이 ‘OO아 사랑해’라는 한마디 카피로 주목을 끌었던 사이트도 있긴 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거죠.

“물수능을 비판한 것이라면 괜찮은 광고” “대치동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때문에 다수를 욕하지 말라” “대치동 학부모 연합? 존재하긴 하나?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반면 “수능 만점자는 강남에서만 나와야 하나?” “역시 과잉 열성인 대치동 학부모들” “동네 망신이다” “계층 의식을 확산 시킨다”라며 비판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서울에서 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같은 광고가 목격됐다고 하네요.

실제 이 광고가 입시학원의 마케팅인지, 대치동 학부모들이 낸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대치동에 대한 편견을 확대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로 지역민들은 쓴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지적해야할 건 수험생들을 허탈하게 만든 물수능입니다. 아직 실체도 확인 안 된 광고에 열을 올릴 필요는 없겠죠.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기자
hy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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