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사전 연출된 비련의 여인?’… ‘조양호·조현아 父女 기자회견도 매뉴얼’ 인터넷 강타

[친절한 쿡기자] ‘사전 연출된 비련의 여인?’… ‘조양호·조현아 父女 기자회견도 매뉴얼’ 인터넷 강타

기사승인 2014-12-14 15:03:55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나란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비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고. 딸은 “승무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틀 후인 14일 조 전 부사장은 여승무원과 사무장을 찾으러 갔다가 만나지 못해 사과 쪽지를 남겼다고 하네요.

네티즌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측이 내놓은 거짓 해명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려 한 정황이 잇따라 밝혀졌기 때문일 겁니다.

급기야 “부녀가 고개를 숙인 사과도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노에 가득 찬 네티즌들은 종종 지탄을 받는 대상에게 감정적인 비난을 퍼붓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조 회장이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사과문을 낭독할 때 이상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들고 있던 원고에 ‘서서 90도로 인사’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 등의 문구가 있었던 겁니다. 마치 드라마 대본을 연상케 하네요. 조 회장은 착실하게 대본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녀의 기자회견 직전 대한항공 직원이 등장해 기자들에게 ‘취재 매뉴얼’을 설명한 겁니다. 인터넷매체 미디어몽구는 대한항공 직원이 확성기를 통해 연출될 상황에 기자들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장면을 촬영해 전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차에서 내리시면 4~5m 걸어와서 서시고, 10초 동안 서서 앞을 보시다가 사과의 말씀 시작하실 겁니다.” “그게 끝나면 질문 3개를 하고 인사를 하고 나서 올라갈 겁니다.”

직원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이뿐 아니라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숙이고 침울한 표정을 지어 비련의 여주인공인 된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로 비치고 싶었던 것일까요.

조 회장의 사과문 발표도 매뉴얼대로 진행됐더군요. 이번엔 임원급으로 보이는 직원이 등장해 “다음에 ‘질문해 주십쇼’ 이렇게 말한 후 제가 지목하겠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별도의 인사 말씀 없이 시작하는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하네요.

네티즌들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피해자인척 하느냐” “저렇게 적어주고 연기해야 할 만큼 진정성 없는 사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 “끝까지 뻔뻔하게 굴더니 사과하는 척까지” “그 아비에 그 딸” 등 수위가 높은 비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항공은 그동안 겉과 속이 다른 행보로 공분을 샀습니다. 겉으론 대국민사과를 전하면서 속으론 이 일을 외부로 유출한 사람을 찾기 위해 직원들을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 측이 승무원들의 메신저를 검열하는가 하면 ‘이번 사태가 해당 사무장의 자질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답하라’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입단속을 시켰다는 것이죠.

특히 피해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 측이 ‘국토부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들이니 조사를 하더라도 회사 측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매뉴얼이 담긴 케이스 모서리로 자신의 손등을 수차례 찍었고, 승무원과 자신의 무릎을 꿇리게 했다”고 증언하기도 해 분노를 키웠죠.

제3의 목격자가 나타나 박 사무장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일등석 승객 박모씨는 “콜센터에 연락 후 지난 10일에야 대한항공의 한 임원이 전화해 사과 차원이라며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며 “임원은 ‘혹시 언론 인터뷰를 하더라도 사과 잘 받았다고 얘기해 달라’고 해 더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압력과 회유로 입막음을 시도하다 일이 틀어지자 태도를 돌변한 대한항공. 상황을 지켜보던 한 네티즌은 “사과한다면서도 대한항공의 매뉴얼 사랑이 드러났다”고 비꼬았습니다. 허투루 들리지 않는 말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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