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방송결산 ②] 을의 애환 그린 '직장 콘텐츠', 시청자 함께 울고 웃다

[2014 방송결산 ②] 을의 애환 그린 '직장 콘텐츠', 시청자 함께 울고 웃다

기사승인 2014-12-20 13:30:55

“완전 내 이야기야.”

2014년 방송가는 직장인 열풍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팍팍한 직장생활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인기를 끌었다. 2014년은 그 어느 해보다 힘든 해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힐링을 받고 싶은 시청자가 많았기에 직장 콘텐츠는 더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로맨스 멜로, 삼각관계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들은 직장 이야기에 눈을 돌렸고 또 공감했다. 2014년 우리를 웃프게(웃긴데 슬픈) 한 방송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었는지 정리했다.

시작은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나인투식스’였다. 지난해 5월 시즌1이 방송됐고, 올해 시즌 2로 이어졌다. 연예인 6명이 처음 직장 체험을 하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렸다. 화제성이나 시청률 에서 큰 활약을 한 건 아니지만 직장 예능의 첫 장을 열었다.

tvN ‘오늘부터 출근’도 연예인들이 한 직장에 입사해 실제 직장인들과 똑같이 5일 동안 출퇴근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큰 맥락에서 보면 ‘나인투식스’와 비슷하지만 리얼리티를 더 강조했다. 지난 9월 1기를 시작해 현재 3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성강한 연예인들이 서투른 직장생활에 녹아들며 시청자들은 자신의 직장 적응기를 떠올렸다. 지각,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농담을 해 상사에게 혼나거나 회식에서 강요당해 마시는 술 등이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KBS2 개그콘서트 ‘렛잇비’도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며 인기 코너로 등극했다.

“오늘 아침 눈 떠보니 몸이 너무 무겁죠. 머리도 지끈지끈 눈도 잘 안 떠져요. 대체 내 몸이 왜 이러지 병원 가봐야 하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월요일. 월요병~월요병~월요병~한 달에 네 번씩 걸리는 고질병” 렛잇비 속 ‘월요병’ 노래다. 일요일 저녁 월요일 아침 출근을 생각하며 잠 못드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사원증을 목에 건 네 명의 개그맨들이 각각 부장, 대리, 신입사원을 맡아 부하직원과 상사와의 갈등을 노래로 표현한다.

직장 콘텐츠 열풍을 일으킨 1등 주역은 단연 tvN ‘미생’(연출 김원석, 극본 정윤정)이 아닐까. ‘미생’ 신드롬을 일으키며 직장 콘텐츠의 정점을 찍었다.

윤태호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직장인의 애환을 사실감 있게 그렸다. 비정규 계약직의 애환과 상사와의 갈등, 직장 내 성차별 등 민감한 소재를 드라마 전면에 내세우면서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오는 20일 종영을 앞둔 ‘미생’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평균 시청률 8%, 최고 시청률 9.5%를 기록했다. 케이블채널의 시청률로서 괄목할만한 성과다. 종영 후에도 같은 ‘택시’에 ‘미생’ 출연진들이 출연해 특별 토크쇼를 벌일 예정이다. 더불어 주연 배우 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미생’은 콘텐츠파워지수 순위에서 7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직장 콘텐츠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직장 공감’의 열풍은 201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KBS2 ‘투명인간’이다. ‘예능판 미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며 방송 전부터 화제다. 출연진이 직접 회사를 찾아가 직장인들과 함께 벌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강호동, 정태호, 하하, 김범수, 강남, 모델 박성진이 출연한다.

을의 애환을 그린 직장 콘텐츠로 2014년 우리는 함께 울고 웃었다. 직장인들의 삶이 조명 받지 못했던 예전과는 달리 방송이 우리의 친근한 이야기를 그리며 공감을 자아낸 것이다. 2015년에도 직장인 공감이 다양한 장르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신선한 포맷과 변화를 통해 더욱 진화된 직장 콘텐츠가 기대된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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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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