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예능의 뿌리는 코미디라고 생각하는데 아쉽게도 이 자리에 후배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무대가 필요한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2014 MBC 연예대상’의 대상 주인공 ‘국민 MC’ 유재석의 수상 소감이다. MBC 연예대상의 아쉬웠던 부분에 유재석이 일침 아닌 일침을 가했다. ‘역시 유재석’이란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유재석이 언급한 ‘무대가 필요한 후배들’은 MBC 소속 개그맨들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MBC 연예대상의 수상자 대부분이 소속 개그맨이 아닌 가수와 배우, 인기 방송인들이었다. ‘공동 수상 남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진정한 주인공들이 사라진 MBC 연예대상이었다는 지적이다.
MBC에 유일하게 존재했던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인 ‘코미디의 길’은 일요일 밤 12시 5분이라는 편성 시간대에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9월 28일 소리 소문 없이 폐지됐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사라진 후에 폐지 사실이 알려져 아쉬움은 더했다.
자연스레 MBC 연예대상은 지난 27일 열린 ‘2014 KBS 연예대상’과 비교된다. KBS는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14년 이상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KBS 연예대상에서는 공채 개그맨들의 시상과 수상, 대상 지지연설까지 펼치며 그들의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면에서도 ‘개그콘서트’가 ‘코미디의 길’보다 월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MBC 소속 개그맨들의 설 자리 조차 사라진 것은 명백히 아쉬운 지점이다.
MBC 코미디의 위기설과 인재 부족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MBC 공채 개그맨 출신인 이국주, 정성호, 정명옥 등은 스타 개그맨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까지도 MBC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했고 케이블채널과 타방송사까지 활동무대를 넓혔다. MBC 개그맨의 자질 문제만은 아니란 것이다.
유재석의 수상소감처럼 이들의 재능을 펼칠 무대자체가 사라진 것에 대해 시청자들 역시 안타까운 한숨을 쉬고 있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