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CJ그룹에게 2014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적어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선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영화 ‘명량’은 여름 대전을 뚫고 무려 176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최다 관객수를 갈아치웠습니다. 엠넷(Mnet) ‘슈퍼스타K 6’는 이전 시즌의 시청률 부진을 만회하고 부활의 날개를 펼쳤습니다. 직장인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그린 tvN 드라마 ‘미생’은 ‘응답하라’ 시리즈 못지않은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뜬 것’에 비례해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중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심정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CGV 여의도를 직접 찾아 ‘명량’을 관람한 직후 “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민·관·군이 합동해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국론결집 정신을 고취하려는 뜻이 담겼다”고 평가했습니다. ‘명량’ 흥행 돌풍에 대해선 “무엇보다 스토리가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12월 3일에는 CJ의 연말 시상식으로 홍콩에서 열린 ‘2014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깜짝 등장해 “한국 K팝을 토대로 시작된 ‘MAMA’는 이제 세계 24억 인구가 함께 시청하는 세계인들의 문화 콘텐츠로 발전했다”며 “문화를 통해 창조 산업을 발전시킨 글로벌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대통령이 대중문화 시상식에 축하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례적입니다.
박 대통령의 ‘CJ 칭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청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미생’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많은 화제가 되는 것으로 안다”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화제에 올렸습니다. 특히 “‘미생’ 뜻이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돌이라고 하지 않나. 이것을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면 가능성이 아직 많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젊은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남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을 한다면 여러분의 미래는 바둑에서 말하는 ‘완생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치 ‘미생’ 기획의도를 설명하는 제작진 같았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드라마 ‘밀회’ 대사 같은 대통령의 특급 칭찬세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CJ는 춤을 출 형편이 못 됩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 때문입니다. 현재 이 회장은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구속집행정지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 등의 건의로 수감 중인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 세밑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이 회장은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아 사면 대상은 될 수 있지만 가석방은 어렵습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26일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면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특별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후 정치인 및 기업인 등에 대한 특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재벌 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무리한 가석방·사면으로 재벌 특혜론이 불거질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창조경제를 응원하고 칭찬을 듣고도 마음껏 춤을 추지 못하는 CJ 속사정입니다.
“김부선을 외면했던 ‘기레기’ 입니다”
배우 김부선(53·사진)씨는 지난 9월 ‘난방 열사’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또 김씨와 같은 이웃 주민 간의 폭행 공방으로 촉발된 아파트 ‘난방비 비리’ 논란은 최고의 화제 중 하나였죠.
김씨는 24일 자신의 폭행 피소 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경찰서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 난방비 문제를) 무던히 언론에 알렸는데 언론들은 외면했다”고 말했습니다. 뜨끔했습니다. 제가 바로 김씨를 외면한 그 언론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리던 올해 2월 초였습니다. 과거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 김씨의 사연을 제보하며 연락처도 알려줬습니다. 김씨는 오랜 시간 아파트 일부 주민들과 겪어온 갈등에 힘이 들었는지 언론의 취재 전화가 오자 반가워했습니다.
김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난방비 문제 관련 사실들을 적극적으로 말해줬습니다. 난방비가 0원인 가정이 수십 가구에 이른다는 등 최근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들이 다 있었습니다. 확인을 위해 직접 방문하겠다면 언제든지 오라고도 했습니다.
충분히 기사가 될 만한 내용이라고 판단했고, “요즘 올림픽 때문에 시간이 여의치 않다. 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다시 연락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나기 전 아파트 ‘난방비 복불복’ 논란이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됐습니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거론이 됐고, 이미 다른 매체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더군요.
기자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핸디 빠졌다’는 은어로 표현합니다. 기사가 될 만한 아이템이 이후 새롭게 확인된 어떤 사실로 가치가 깎였다고 생각되는 상황입니다. 이미 여기저기서 다뤄져 기사를 써봐야 ‘재탕’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핸디 빠진’ 아이템이 돼 버린 겁니다.
그래서 김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후 “많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감감 무소식이냐”는 김씨의 전화가 한 차례 왔습니다. 그리고 김씨도 눈치를 챘는지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흐지부지 됐습니다.
아마 이 기사를 포기한 다른 기자들도 비슷한 이유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론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시의성’이 떨어지거나, 이미 다른 곳에서 나온 내용이라 언론이 그렇게 좋아하는 ‘단독’도 못 된다는 거죠.
그렇게 법에 이어 언론에까지 외면당한 김씨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하다 폭행 공방에까지 휘말리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난방비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을 목격하면서, 당시 너무 구태의연한 원칙에만 빠졌던 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해당 ‘팩트’가 대중에게 전달할만한 가치만 충분하다면 그게 재탕이라고 무작정 외면하는 게 아니라 더욱 발전된 내용으로 취재해 써 보려고 고민해야 한다는 당연한 도리를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4년 전 국정감사나 다른 매체 1~2군데에서 먼저 나왔다고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종이신문은 지면, 방송뉴스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선택되는 아이템의 가치가 제한되고 그만큼 엄격해 질 수 밖에 없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한 플랫폼이 허락되는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환경에서는 안 통합니다. 뉴미디어 시대에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기사 가치에 대한 언론의 사고도 유연해져야 되겠습니다.
“허니버터칩의 무서운 진실” 괴소문 확인해 보니…
과자시장은 지금 꿀과 버터를 바른 감자의 향연입니다. 전국의 마트와 편의점, 도·소매점을 강타한 해태제과의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허니버터칩을 맛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점원이 과자 진열대에 허니버터칩을 채우면 손님은 금세 들고 나갑니다. 또 채우면 또 사라지죠. 품귀 현상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습니다. 손님들의 문의를 견디지 못하고 입구에 ‘허니버터칩 품절’이라고 붙인 매장도 적지 않습니다. 출시 100일 만에 5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니 ‘허니버터칩 대란’이란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허니버터칩을 중심으로 괴소문도 많습니다. 마약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유혹했다는 ‘마약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수십년간 연구한 제조법을 해태제과에 넘겼다는 ‘창조경제설’, 제과업계가 질소과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합심하고 수익을 나누고 있다는 ‘물타기설’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SNS에는 새로운 내용의 괴소문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일본 극우설’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허니버터칩은 일본산 과자를 우리나라에서 현지화한 상품이라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말해준 바로는 허니버터칩엔 무서운 비밀이 있다고 한다. 수익금의 일부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영입하는 운동의 자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독도를 위해 다른 감자칩을 먹어야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와 ‘…라고 한다’는 서술 방식만 봐도 신뢰를 담보하기 어려운 주장이죠. 하지만 괴소문이라고 마냥 웃어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 글은 트위터에서 반나절을 넘기지 않고 1000건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했습니다. 트위터 검색창에서 ‘허니버터칩의 진실’이나 ‘허니버터칩의 음모’라는 키워드가 자동으로 완성될 만큼 괴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 가지 사실엔 다가갔습니다. 해태제과는 합작사인 일본 가루비가 현지에서 한정 판매한 ‘행복버터칩’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허니버터칩’을 생산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현지화한 상품은 아니지만 아이디어의 근원이 일본 합작사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일부 사실을 재조합한 허위 사실이라는 점이 괴소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해태제과는 괴소문에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업체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은 가루비의 행복버터칩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지만 우리나라에서 2년간 연구해 생산한 상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내수가 90% 이상인 업체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야욕에서 은밀하게 자금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마약설’이든 ‘창조경제설’이든 ‘물타기설’이든 ‘일본 극우설’이든 모두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증명하는 괴소문들일 겁니다.
넘치는 ‘관찰예능’ 시청자는 지겹다
넘치는 ‘관찰예능’ 시청자는 지겹다바야흐로 ‘관찰 예능’이 대세입니다. 관찰 예능은 스타들을 생소한 환경에 풀어놓거나, 특정한 상황을 주고 그들의 반응과 행동을 살피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죠. MBC ‘무한도전’에서 시작돼 KBS2 ‘1박 2일’로 이어지며 관찰 예능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최소한의 대본과 상황만으로 만들어지는 장면들은 곧 큰 인기를 얻었죠.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이제는 TV를 틀면 온통 관찰 예능입니다. 지상파 3사의 편성표를 살펴볼까요. 월요일 SBS ‘오 마이 베이비’로 시작합니다. 목요일은 KBS2 ‘마마도’ MBC ‘집으로’ SBS ‘자기야-백년손님’. 금요일은 KBS2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MBC ‘사남일녀’ ‘나 혼자 산다’ SBS ‘정글의 법칙’이 자리하죠. 토요일은 KBS2 ‘인간의 조건’ MBC ‘우리 결혼했어요’ ‘무한도전’, 일요일은 KBS2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등입니다. 관찰 예능의 아류인 화요일 SBS ‘심장이 뛴다’ 등까지 더하면 일주일 내내 관찰 예능이 방송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두가 재미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편성표는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내놓습니다. 작은 부분만 다를 뿐, 형식은 똑같죠. 시청자는 일주일 내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지켜봐야 합니다. 연예인들이 무슨 음식을 먹고, 어떤 차를 타고 어디에 가는지가 중계됩니다. 시청자가 낸 수신료의 대가는 연예인의 아이가 미키마우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의미도, 깊이도 없는 내용들이 계속 반복됩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관찰 예능이 한계에 달했다는 반응입니다. 원조인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의 경우 기존 포맷 안에서 프로그램 색깔을 지켜나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시청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오 마이 베이비’의 경우 신선함을 위해 걸 그룹 샤크라 출신인 재벌가 며느리 이은의 삶을 관찰했지만, 거대 저택에서 아이들에게 비싼 유기농 식단을 먹이는 이은의 삶은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뭇매를 맞고 퇴출됐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이다 보니 좀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내려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능프로그램의 본분은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쯤 되면 무분별한 관찰 예능의 범람을 한 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정보와 컨텐츠를 전달해야 할 지상파 방송들은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개그맨 이경규는 지난해 SBS ‘힐링캠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타들의 사생활이 타성에 젖은 방송국의 대안컨텐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요. “데뷔 33년 차, 시청자들이 아는 내 사생활은 결혼해 딸 하나 있다는 것뿐이지만 나는 여전히 건재하게 방송하고 있다”는 이경규의 말을 방송사 예능국장님들은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고급옷 입어볼 기회는 드릴게”… ‘열정 모델’ 모집글 논란
대다수 기업들의 구인 글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열정’이기 때문일까요. 취업 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정 페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경험되니 적은 월급(혹은 무급)을 받아도 불만 가지지 마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이를 비꼬는 말입니다. 열정 페이란 말 속엔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치달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냉소가 담겼습니다.
덩달아 등장한 ‘열정 페이 계산법’도 눈길을 끕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열정과 재능이 있으면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로 귀결됩니다. “너는 어차피 경력을 쌓아야 하니까 공짜로 일하라” “너는 어차피 공연하고 싶어 안달 났으니까 공짜로 공연하라” 등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너는 어차피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 할 테니까 공짜 모델이 되라. 고급 옷을 입어보게 해주는 게 어디냐.”
11월 11일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에 ‘한복 의상 코스프레팀 지원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습니다. 11월 27일 열린 ‘서울코믹월드’ 대회에 참석한 한복의상업체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의상 모델을 모집하는 글인데 내용이 다소 도발적입니다. 서울코믹월드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서로 교류하는 만화 종합 행사입니다.
업체 관계자의 말을 요약하면 “참여한 사람들은 고급 의상을 무료로 입어보면서 멋진 추억이 남고, 업체는 무료로 의상을 대여한 후 사진이 남는다. 물론 촬영된 사진은 상업용으로 쓸 예정이다. 무단 불참이 우려되므로 보증금으로 5만원을 받겠다” 입니다. 신체적 요구 사항도 까다롭습니다. 여성은 키 160㎝ 이상, 체중 55㎏ 이하, 남성은 키 175㎝ 이상, 체중 70㎏ 이하로 제한했네요. 참가자 선정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당사 취향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패션 업계에서 터져 나온 ‘10만원 월급 인턴’ 보도의 여파가 남았기 때문일까요. 네티즌들은 또 한 번 난리가 났습니다. 이들은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 “무료로 사람쓰겠다면서 상업적 이용을 당당하게 밝혀 당황스럽다” “무급 인턴이 유행하다보니 이젠 사람이 아주 우습게 보이나 보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공짜로 사람 쓰는 것도 모자라 보증금을 내라니… 열정 호구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고 한탄했습니다.
업체 측은 반발이 예상보다 크자 “20만원 상당의 의상을 무료로 대여하는 대신 사진을 원하는 것일 뿐”이라며 “참여하는 즐거움을 아는 분, 모델료 없이 열정으로 참여하실 분만 지원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말을 덧붙일수록 논란이 커지자 결국 오후 2시쯤 해당 글이 삭제됐네요.
열정 페이는 삶의 질이 상승하던 사회에서 자란 기성세대와 출발부터 미래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사회에 직면한 젊은이들 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면 할수록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늘어나는 구조의 악순환에 빠진 셈입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부조리한 관행이나 조직문화도 헝그리 정신의 산물로 여겼던 기성세대가 지금도 같은 사고를 고수한다면 청년세대와 문화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면 뭔가 기대할 수 있었던 시대와 출발부터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 두 시대의 충돌이 열정 페이란 말을 빚어낸 것이다.”
세번 시도해 세번 실패한 점프… 소치 금메달리스트 한심한 실력
지난 2월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린 이가 있습니다. 이름도 잊히지 않네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입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의 주인공입니다. 개운치 못한 우승이었지요. 쇼트 점수도 후했지만 프리는 판정기준 자체가 애매했습니다. 어떤 점프는 착지가 불안정했는데 감점이 없었고, 다른 점프에선 중심을 잃었지만 가산점까지 받았습니다.
우려했던 텃세였을까요.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 지적은 외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는 “내 연기가 (김연아보다) 수준이 더 높았다”며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다시 빙판에 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점프 한번을 성공하지 못하더군요. 지난 19∼21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더 아이스 2014’에서 말이죠.
소트니코바는 담담한 표정으로 갈라쇼를 시작했습니다. 초반 스텝 연결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점프에서 몇 바퀴 돌더니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바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갔지만 두 번째 뛰었을 땐 회전 시도조차 못했습니다. 마지막 점프는 착지가 크게 흔들려 두 팔로 공중을 허우적대다 겨우 균형을 잡았죠. 점프뿐 아니라 스파이럴도 엉망이었습니다. 한쪽 날로만 빙상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소트니코바는 들어올린 다리를 잡고 우왕좌왕했습니다.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지 겨우 5개월여 됐나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네티즌들은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영상이 올라온 JPTV 유튜브 계정 댓글창엔 “올림픽 챔피언이 맞나” “역사상 최악의 금메달리스트다”라는 비난과 비웃음들이 가득하더군요.
소트니코바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뒤이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한 건 이례적입니다. 대신 러시아 대표선수들과 일본에서 열린 ‘챔피언쇼’에 참가했는데요. 이제는 아이스쇼마저 쉽지 않아 보이네요.
“아무리 지워도 흔적은 남죠” 정성근, 극우 트윗 삭제 논란
엎지르면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은 물 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 공간에 올린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트위터 글 중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것을 대거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삭제했다는 사실은 물론 삭제했던 글까지 모두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 후보자 트위터의 트윗은 24일 현재 282개입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네티즌수사대라고 부르는 ‘자로’는 “정 후보자가 트윗 498개 중 최소 216개를 지웠다”며 구글, 다음 트위터 검색, 인용알티를 이용해 삭제된 트윗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삭제한 트윗의 내용입니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10시19분 “조국 박창신 공지영 김용민. 존칭은 생략하고 이 사람들 북한 가서 살 수 있게 대한민국 헌법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 드립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10시10분에는 “박원순 시장, 대공원 사육사 장례식 조문도 안간 시점에서 조문기사 보도자료 냈다는군요? 언론플레이 선전 선동 이건 주로 좌파 일테면 통진당 수법인데 이 분 민주당 소속이신데 참 놀랍습니다. 조문도 정치적 판단으로 이용하는 건 북한식 발상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진보진영의 인사들을 비난하는 글에는 ‘좌빨’ ‘빨갱이’란 단어들이 난무합니다.
삭제된 글 중엔 2012년 8월부터 새누리당 경기도 파주갑 당협위원장을 지내며 박근혜 대선캠프 공보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글이 꽤 많습니다.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향해 “쌍용차해고자, 문재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 “문재인 의원은 정녕 현실파악, 상황인식이 문제인 분” 등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정 후보자는 글을 삭제하더라도 여기저기 흔적이 남는 트위터의 속성은 잘 몰랐나봅니다. 정 후보자가 숨기고 싶어했던 ‘삭제된 트윗’을 찾아내 정리한 ‘자로’의 글은 현재 1700여명이 구독하고 4900여명이 공유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계속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 나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사람만 3100여명이니 실제로 읽은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당당하신 분이 왜 지울까 이해 불가” “지운 게 많은 거 보면 숨기고 싶은 것도 많다는 얘기” “자신이 쓴 글을 삭제하면서까지 자신의 실체를 감추는 사람임을 입증했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두고 야당 인사를 비난한 트윗을 서둘러 지웠다는 주장이지요.
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대한민국에서 장관을 하려는 분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으로 트윗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직무를 잘 수행할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은 트윗 말고도 세상에 많으니까요.
아홉 살은 쉬운 ‘멍 때리기’ 우리에겐 왜 어려울까요?
‘멍 때리기 대회’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우승자가 초등학생이라는 말에 한 번 더 놀랐죠. 28일 인터넷은 온통 멍 때리기 대회 이야기로 떠들썩합니다.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현장사진을 공유하고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멍 때리는 걸로 순위를 매기냐”고 비난한 사람들도 취지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10월 27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 50여명이 모였습니다. 군복을 입은 남자, 요리사 복장을 한 중년 아저씨,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보입니다.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얼굴로 분장한 여성과 빨간 모자를 쓴 귀여운 초등학생도 있습니다. 다들 멍한 표정으로 앉거나 누워 있습니다.
올해 처음 열린 ‘멍 때리기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사람에게 “멍 때리냐”라고 말하죠. 이 단어에서 착안해서 기획한 겁니다. 참가자들은 3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누가 더 멍을 잘 때리는지’ 겨뤘습니다.
대회는 빠른 속도와 경쟁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보자는 뜻에서 시작됐습니다. 심사기준은 간단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장 정적인 상태로 있으면 됩니다. 심박측정기에서 심박수가 가장 안정적으로 나온 사람이 우승하는 겁니다.
물론 크게 움직이거나 딴 짓을 하면 실격입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참가자들의 표정을 보고 ‘멍을 잘 때린’ 사람에게 스티커를 붙였죠.
놀랍게도 우승은 초등학생 김모(9)양에게 돌아갔습니다. 프랑스 출신 조각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을 본 딴 트로피가 수여됐죠.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멍 때리는 김양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단연 화제였습니다. 네티즌들은 “초등학생의 얼굴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마저 엿보인다”며 즐거워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또 이 대회를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비교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회의실에서 ‘멍 때리는’ 국회의원들이 집중 포화 대상입니다. 이밖에도 반응은 다양합니다. “대회가 지속적으로 시행돼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다시금 깨달았으면” “멍 때리기 대회 1등 해서 자기소개서 공모전 수상경력에 쓰면 어떨까” “대회 참여한 사람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힘이 쭉 빠진다” “초등학생이 우승자라는 사실이 뭔가 슬프다” 등의 댓글도 쏟아졌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대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잠깐만이라도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초등학교 실내 온도가 32도” ‘에어컨 송’ 등장시킨 찜통교실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너무 더워요. 냄새 쩔어요. 중앙제어 풀어주세요. 부장님 실장님 교장선생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더위에 지친 초등학교 교사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얼마나 더웠으면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노래까지 만들었을까요.
푹푹 찌는 듯 무덥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콧잔등에 땀이 맺힐 정도인데요. 한창 뛰어놀며 활동량이 많은 초등학교 학생들은 오죽할까요.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름철 초등학교 교실 온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의무교육을 한다며 아이들을 교실에 몰아넣고 쾌적한 학습 환경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학교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교실 안 온도를 측정한 사진도 첨부했습니다. 온도계는 무려 32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여름철 더위에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공공기관의 실내 적정온도는 28도입니다. 정부가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제시한 기준이죠.
네티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실외도 아니고 실내온도가 32도라고요?” 그리고는 각자의 의견들을 하나씩 풀어놨습니다. “초등학교만 그런가요. 고등학교도 더워요.” “찜통더위에 애들 병나겠다.” “어린애들인데, 어떻게 버티나.” 대부분 걱정 섞인 반응입니다.
교실만 덥지 교사들이 근무하는 교무실과 행정실은 예외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교실은 더운데 교무실은 추웠던 기억이 나네요.” “교무실 행정실은 완전 시원함. 행정실 직원들은 추워서 옷 한 겹 더 입고 있던데.”
이런 학생들의 불만에 현직 교사들이 나섰습니다. 교사들의 애환을 노래하는 ‘수요일 밴드’가 ‘에어컨 좀’이라는 곡을 내놓은 것인데요. 재치 있는 가사와 랩도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 ‘지금시간 아침 여덟시 반. 출근한 지 이제 10분 지났지만 이미 흥건한 내 이마에 땀. 아침부터 쌈이 나는 우리 반.’
국민일보 동료직원의 가족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데요. 그 학교에서는 교장 눈치를 보느라 교무실에서조차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교사는 “지난해에는 방학하기 전까지 에어컨을 딱 세 번 틀었고요. 그때 너무 더워 누군가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는지 요즘에는 조금 틀어주긴 합니다”라며 “애들 교육하라고 지원되는 예산이 대체 어디로 다 가는 건지 답답합니다. 더워서 공부를 못해요”라고 하소연했답니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무상급식, 혁신학교, 수월성교육 등 각종 정책을 놓고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나뉘어 으르렁거립니다. 하지만 이런 싸움보다 쾌적한 교육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요. 더워서 공부를 못한다는데 싸워봐야 뭔 소용인가요. 제발 학생과 교사들이 제대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교실 좀 만들어주세요.
김현섭 조현우 김철오 이은지 김민석 권남영 민수미 최지윤 이혜리 기자
독자와 기자, 우리 대화해요! 친절한 쿡기자의 트위터☞ twitter.com/kukinews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