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종종 전해지는 ‘의인(義人)’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도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참사 당시 수 많은 생명을 구한 김동수씨 이야기입니다.
김씨가 파란바지를 입고 소화호수를 몸에 묶은 채 학생 20여명을 구하는 그의 모습은 사망자, 생존자 등이 찍은 영상에 담겼고, 이는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파란바지의 영웅’이었죠.
그가 구한 학생들은 곧 성장해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 사회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겁니다. 학생들을 구한 건 곧 국가에도 잃어버릴 뻔한 선물을 가져다 준 겁니다.
그런데 국가는 선물은 받아놓고 고마워 할 줄을 모르나 봅니다.
6일 해양레저전문미디어 ‘요트피아’가 전한 김씨의 근황은 씁쓸합니다. 영웅 대접은 고사하고 정부의 외면 속에 매일 생계를 위협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김씨가 받은 정부의 지원금은 현재까지 4인 기준 1가구에 책정한 긴급생계비 월 108만원입니다. 이 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끊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2014년에 정한 4인가구 한 달 최저생계비는 163만원입니다.
김씨의 사연은 지난해 10월 ‘제주의 소리’를 통해서도 전해진 바 있습니다.
김씨의 직업은 화물기사입니다. 그에게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트럭은 세월호 참사로 바다가 삼켜버렸습니다. 남은 트럭 할부금을 갚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 입은 부상과 충격으로 일을 하기도 쉽지 않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유방 종양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김씨도 사고 후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입원비는 모두 그의 몫이었습니다. ‘세월호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날 여야가 세월호 참사 265일 만에 합의한 세월호 참사 배·보상법 브리핑에서 ‘국가는 참사로 인해 발생한 손해(유류오염손해 및 화물에 관한 손해 포함)에 대한 민법 국가배상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거나 국가 외의 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것을 전제로 해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배상금 상당을 대위변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곤두박질 친 김씨의 삶에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인’은 정부에 특별한 대접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죄인’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