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정도로 생활고 안 심각해”…아내·두 딸 살해 서초동 가장, 대체 왜?

“이럴 정도로 생활고 안 심각해”…아내·두 딸 살해 서초동 가장, 대체 왜?

기사승인 2015-01-06 19:31:55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는 서울 서초동 40대 가장이 이런 끔찍한 행각을 벌이게 된 배경은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 그에 따른 미래에 대한 압박과 불안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세 모녀를 살해한 강모(48)씨는 3년 전 컴퓨터 관련 업체를 그만둔 후 줄곧 별다른 직장이 없이 지내왔다. 아내도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가 살고 있던 146㎡ 넓이의 대형 아파트도 자기 소유이긴 하나 거액의 대출이 물려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강씨는 2004년 5월에 근저당 없이 이 아파트를 구매했지만, 이 아파트에는 2012년 11월쯤 채권최고액이 6억원에 이르는 근저당이 설정됐다. 경찰은 강씨가 아파트를 담보로 모 시중은행에서 5억원 이상을 빌린 것으로 보고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서초서 관계자는 “강씨는 가족들이 앞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 것을 비관해 유서를 작성한 뒤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정황상 자살할 정도로 생활고가 심각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직 등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이르자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피의자에 대한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119 신고 직후 충북 청주 대청호에 투신하려다 실패하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따라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까지 달아났다가 이날 낮 12시10분께 경북 문경시 농암면 종곡리 노상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강씨는 녹색 라운드 티셔츠와 젖은 검은색 운동복 바지 차림이었고, 왼쪽 손목에서는 주저흔(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자해한 상처)이 발견됐다.

손목을 치료받은 뒤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송된 강씨는 고개를 푹 숙인채 취재진의 질문에 고갯짓으로만 대답했다.

그는 ‘생활고 때문이었느냐’는 질문과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고 ‘빚이 많았느냐’, ‘우울증이 있느냐’, ‘도박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강씨는 ‘부인과 두 딸이 자살에 동의했느냐’, ‘피해자들이 저항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응답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부인과 두 딸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방침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6일 살인 혐의로 강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서초동의 자신 소유 아파트에서 아내(44)와 맏딸(14), 둘째딸(8)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세 모녀를 살해한 후 오전 5시 6분 혼다 어코드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와 이날 오전 6시 28분에 충북 청주에서 휴대전화로 “아내와 딸을 목졸라 살해했고 나도 죽으려고 나왔다”고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긴급 출동한 경찰은 강씨의 집에서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확인했다.

아내는 거실에, 두 딸은 각각 작은 방과 큰 방에서 숨져 있었다. 딸들이 누워있던 침대에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머플러 두 장이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에서 별다른 저항 흔적을 찾지 못했으며, 현장에서는 강씨의 유서로 보이는 노트 2장이 있었다.

여기에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죄 값을 치를께”란 취지의 글이 적혀 있었고, “통장을 정리하면 돈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 병원비에 보태면 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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