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딸을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는 서울 서초동 40대 가장 강모(48)씨는 실직 후 주식투자마저 실패해 이 같은 끔찍한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3년 전 다니던 컴퓨터 관련 업체를 그만둔 강씨는 재취업이 되지 않자 2012년 11월쯤 자신이 살고 있던 대형 아파트(145㎡)를 담보로 5억원을 빌렸다.
강씨는 이 돈으로 아내에게 매달 400만원씩 생활비를 줬고, 나머지는 주식투자에 나섰다. 2년이 지난 현재 남은 돈은 1억3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활비로 약 1억원이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4억원을 ‘최후의 보루’처럼 여긴 주식에 투자해 3억7000만원을 날린 것이다.
강씨는 실직 사실을 아내에겐 알렸지만, 두 딸에겐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씨는 119 신고 직후 충북 청주 대청호에 투신하려다 실패하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따라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까지 달아났다가 이날 낮 12시 10분께 경북 문경시 농암면 종곡리 노상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강씨는 녹색 라운드 티셔츠와 젖은 검은색 운동복 바지 차림이었고, 왼쪽 손목에서는 주저흔(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자해한 상처)이 발견됐다.
강씨는 경찰에서 범행사실 전체를 시인했고,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등 정황을 감안하면 이번 범행은 계획적인 측면과 우발적인 측면이 반반으로 보인다”면서 “유서는 아내와 두 딸이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썼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7일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강씨의 아내와 두 딸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방침이다.
강씨는 6일 새벽 3시부터 4시 30분 사이 서초동의 자신 소유 아파트에서 아내(44)와 맏딸(14), 둘째딸(8)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내와 딸을 살해한 강씨는 오전 5시 6분 혼다 어코드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섰고, 오전 6시 28분 충북 청주에서 휴대전화로 “아내와 딸을 목 졸라 살해했고 나도 죽으려고 나왔다”고 119에 신고했다.
긴급 출동한 경찰은 강씨의 집에서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확인했다.
유서로 보이는 노트에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죄 값을 치를게”라는 취지의 글이 적혀 있었고, “통장을 정리하면 돈이 좀 남는 것이 있을 텐데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의 치료비와 요양비 등에 쓰라”는 내용도 담겼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