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아내·두딸 살해 ‘서초동 가장’, 숫자에 먹혀버린 인간의 비극

[이슈 인 심리학] 아내·두딸 살해 ‘서초동 가장’, 숫자에 먹혀버린 인간의 비극

기사승인 2015-01-10 10:48:55
방송 뉴스 화면 캡처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는 ‘서초동 가장’ 강모(48)씨의 말을 통해 이번 사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겠다.

그는 “생활고와 미래 불안 때문에 아내와 두 딸을 살해했다”고 말했지만 그의 아파트 시가는 11억원이었다. 살인의 이유가 생활고라고 말한 것과 아파트 담보로 5억 대출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식투자에 실패했지만 아직 1억 3000만 원이 남았고 아파트를 팔아도 수억 원이 남을 수 있다. 그를 살인으로 이끈 이유로 박탈감이나 부모가 자식의 목숨을 소유물로 여긴다는 것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심리학을 통해 다양한 원인에 대해 알아보겠다.

그의 직업을 보면 공통점이 바로 ‘숫자와 돈’이다.

첫째, 돈을 공부하는 경영학과 출신이다. 둘째, 숫자에 민감한 IT기업 상무를 역임했다. 셋째, 돈과 숫자를 담당하는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했다. 넷째, 돈에 죽고 살고 숫자에 예민한 주식투자를 했다.

이렇게 ‘숫자와 돈’에 갇혀서 살아온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살인의 원인도 추측해 볼 수 있다. 숫자는 영어로 ‘디짓(digit)’이다. 오늘날처럼 숫자의 지배를 당한 세상을 ‘디지털(digital) 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한다. 이들은 숫자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본다. 숫자로 행복해지고 불행해진다. 돈은 물질이고 돈이면 다 되는 것을 물질 만능주의라고 한다. 인간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실직 후 1년간 고시원이라는 좁은 공간으로 출퇴근하기도 했다. 심리학에 남극형 증후군이라고 있다. 이 증후군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면 심리와 행동이 격해져서 말다툼과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남극에 파견된 연구원들이 그렇고, 우주선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이 그렇고, 잠수함에서 생활하는 군인들이 그렇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그는 숫자로 세상을 바라보며, 물질만능주의에 빠졌으며, 남극형 증후군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의 부모는 “고생을 모르고 편하게 자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그는 명문대 졸업, 외국계 IT기업 상무 출신, 대형 한의원에서 재무회계 업무를 보면서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자존심’이다.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무의식적 가기방어기제를 지니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직장을 잃은 상태에서 주식투자로 자존심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핸디캡 전략을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통하지 않자 그는 스스로를 ‘세 모녀 살해 가장’으로 선택하게 됐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 =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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