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아내·두 딸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가장 강모(48)씨가 범행 전 아내에게 수면제를 탄 와인을 먹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저히 계획된 범행이었던 것이다.
12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씨는 “이달 초 수면제 10정을 처방 받았고, 5일 밤 11시에서 12시 사이 수면제 반 개를 와인에 섞어 아내에게 먹였다”고 진술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내와 큰 딸의 시신에서 수면제로 쓰이는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강씨의 아내와 두 딸이 목 졸려 살해됐음에도 저항한 흔적이 나오지 않아 강씨가 수면제를 사용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해 왔다.
조사 결과 강씨는 지난달 8일과 이달 1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정씩 모두 20정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는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해 왔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또한 가족여행 중 충북 대청호 인근을 지날 때 ‘호수로 차를 몰아 다 같이 죽어 버릴까’ 갈등하다가 자고 있던 가족이 깨어나면서 범행을 포기했다고 경찰에 털어놓았다.
대청호는 가족을 살해한 뒤 달아난 강씨가 손목을 긋고, 투신을 기도했던 장소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강씨는 아내에게만 실직 사실을 알린 상태였고, 두 딸은 물론 부모님이나 처가까지 온 가족을 속인 데 대한 죄책감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부검결과가 정식 통보되면 두 딸의 수면제 복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13일 오전 10시쯤 서초동에 있는 강씨 아파트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14∼15일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강씨는 아내(44)와 두 딸이 잠들자 이튿날 새벽 3시부터 4시 30분 사이 서초동의 자신 소유 아파트에서 아내와 큰 딸(14), 작은 딸(8) 순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