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KBS N 스포츠 임직원 여러분, 이대호·오승환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 보셨습니까

[친절한 쿡기자] KBS N 스포츠 임직원 여러분, 이대호·오승환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 보셨습니까

기사승인 2015-01-15 13:51:55

우선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아주 잘 봤습니다. 추신수 편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야구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MC들이라 이대호·오승환 편에서도 호흡이 아주 잘 맞았습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독보적인 스타로 활약하다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해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두 선수를 섭외해 공을 들인 제작진의 노력도 높이 평가합니다.

문득 KBS N 스포츠 생각이 났습니다. KBS N 스포츠는 MBC 스포츠플러스, SBS 스포츠와 더불어 소위 3대 케이블 스포츠 채널입니다. 지난해 프로야구 시청률 1위(닐슨 코리아 기준)를 차지하기도 했죠.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는 조금 부족하지만 내구성이 아주 튼튼한 집단으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KBS N 스포츠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를 안방극장에 전달했습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와 ‘돌부처’ 오승환이 일본 무대에서 강녕하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많은 야구 팬들의 갈증을 달래줬습니다. 하지만 정규 시즌을 중계하고도 포스트 시즌, 그것도 이대호가 소속된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오승환의 한신 타이거스가 맞붙어 국내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은 일본 시리즈를 중계하지 않아 큰 원성을 샀습니다. 마라톤으로 말하면 40㎞까지 잘 중계하다가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할 때 중계를 끊은 셈입니다. 당시 인터넷에선 일본 시리즈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송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시리즈 중계권료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이해합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을 볼모로 중계권료를 터무니없이 책정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KBS N 스포츠의 근시안적 태도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습니다. 소프트뱅크와 한신이 일본 시리즈에서 맞붙을 수도 있다는 예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제였습니다. 국내 야구 팬들의 가시청인구를 고려했다면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왜 예선은 신나게 중계했다가 결승전만 중계를 하지 않는지 시청자들에게 설명은 했어야 합니다.

일본 시리즈는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소프트뱅크 우승으로 막을 내렸죠. 이대호는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에 감격을 드러냈고 오승환은 일본 프로야구 역대 한국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하며 연착륙에 성공했습니다. 두 동갑내기 스타의 스토리가 무궁무진할 법도 한데 한 시즌 동안 두 선수의 모습을 가장 많이 전달한 KBS N 스포츠는 어떠한 기획물도 없습니다.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KBS 예능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절친인 추신수 편에 영향을 받아 이대호와 오승환이 MBC ‘라디오스타’를 선택했을 수는 있지만 KBS N 스포츠를 비롯한 KBS 예능 프로그램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시청자들이 해외에 진출해 국위 선양한 스포츠 스타의 스토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사실 KBS N 스포츠의 기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프로야구 간판 캐스터인 권성욱 캐스터가 현장을 떠난 것이 대표적입니다. MBC 스포츠플러스의 한명재 캐스터와 SBS 스포츠의 정우영 캐스터가 그동안 쌓은 내공을 인정받아 지상파 중계에도 진출한 것과 비교하면 어이가 없을 따름입니다. 타 방송사는 간판 캐스터를 빼내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당에 권 캐스터가 승진해 현장을 떠나게 됐다는 설명은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중계의 전문성이 갈수록 강조되는 상황에서 주 1~2회 중계라도 부여했어야 맞습니다.


KBS N 스포츠는 소위 업계에서 사관학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설위원은 물론 여성 아나운서들이 숱하게 타사로 이적했기 때문이죠. 좋게 말하면 신인을 우수한 인재로 양성해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어주는 것이지만 뛰어난 인력을 유지할 수 없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KBS N 스포츠 경영진이 각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어쩌면 채널 정체성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낙하산처럼 오는 경영진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좌측 담장’ 간판은 제대로 달고, 이대호와 오승환의 활약상을 안방극장에 전달한 자기 ‘밥그릇’도 챙기고, 예산을 투자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기획물이 나올 수 있는지 정도는 알았으면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일선 제작진의 의견을 중시하는 문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겠죠. KBS N 스포츠의 건투를 빕니다.

조현우 기자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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