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대한민국은 지금…왜 죽이나 ‘가족을’

[이슈 인 심리학] 대한민국은 지금…왜 죽이나 ‘가족을’

기사승인 2015-01-15 14:07:55
안산 인질범 김상훈. YTN 화면 캡처

지난 6일 서울 서초동에서 가장 강모(48)씨가 부인과 두 딸을 살해했다. 이후 현장검증에 나온 그는 내내 침착하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고 울거나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12일 안산에선 인질범 김상훈(46·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경찰이 얼굴·실명 공개)씨가 부인 A씨의 전 남편의 집에 찾아가 전 남편과 의붓 막내딸을 살해했다. 김은 15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자신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지금 ‘가족 살인’으로 아프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사건들이 나오면 경제적인 이유가 1순위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수정(2010)의 ‘살인범죄 현장행동의 요인분석’ 논문을 보면 543건의 사례 중 ‘돈 때문에 논쟁’이 살인 동기인 것은 11%다. 반면에 ‘사랑이나 시비’의 경우는 39.4%나 된다. 또한 정신적인 이유도 10.9%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가정의 문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학생들은 각종 수학과 천문과학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뉴스에 올라왔다. 하지만 동시에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2008년에서 2014년 7월 말까지 965명의 학생들이 자살했다. 초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 등 많은 지식을 가르치지만 자살률은 1위다. 지식적 자신감은 키워주지만 정신적 자존감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학교는 두 곳이다. 첫째는 가정이고 둘째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다. 지식의 자신감을 담당하는 것이 학교이다. 가정에선 정신적 자존감을 가르쳐야 한다. 지식에 대한 확신은 자신감이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확신하는 것은 자존감이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태어나는 순간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1949년에 위스콘신 대학교 해리 할로우(Harry Harlow) 교수는 사랑의 학습의 중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새끼 원숭이로 실험을 했다. 실험에서는 가슴에 우유병이 있는 철사엄마와 아무것도 없는 헝겊엄마로 나눴다. 새끼원숭이는 먹을 때만 철사엄마와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헝겊엄마와 함께 했다.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은 생물학적인 배고픔 보다 정신적인 배고픔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로는 접촉위안(contact comfort)이라고 한다.

이 접촉위안을 가정에서 받지 못하면 성인이 돼 자녀에게 줄 사랑이 없게 된다. 교도소에서 상담을 통해 많은 재소자들을 만나곤 한다. 이들은 비슷한 삶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 부모님이 헤어져 어머니가 떠난다. 이 때 첫 엄마의 이미지가 깨진다. 그리고 새엄마가 들어와 자신을 때리고 학대하는 경함을 한다. 이 때 두 번째 어른여성의 이미지가 깨진다. 잘 씻지도 먹지도 못한 아이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을 당한다. 이 때 세 번째 친구의 이미지가 깨진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내면서 선생님들의 차가운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는다. 이때가 네 번째 선생님 이미지가 깨진다. 이렇게 4가지의 깨진 이미지를 마음에 담고 어른이 돼 가정을 이룬 후에 자녀에게는 깨진 이미지를 그대로 전해주게 된다. 이것이 심리학에서는 세대전수라고 하는 것이다. 네 가지 깨진 이미지를 가족뿐만 아니라 살면서 만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언어적 표현)과 표정이나 태도(비언적 표현)를 통해 전달한다.

사랑 받지 못한 아이는 학교에서 수학과 과학 등의 지식만 높아지면 자신감만 높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는 커서 사회 지도층이 되어도 자존감은 낮기 때문에 가족도 살인하고 주변사람들도 살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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