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는 거짓말의 원인과 종류를 명확히 구분한다.
‘땅콩회항’의 조현아(40·구속)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협박사건의 피해자’ 배우 이병헌씨의 경우를 보면서 단순 거짓말과 능숙한 거짓말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단순 거짓말은 자신의 잘못이나 문제점을 감추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는 뻔히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능숙한 거짓말은 주변에서 믿을 수밖에 없는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을 심리학에서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리플리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주변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로 믿게 만든다. 리플리 증후군의 상태까지 오기 위해서는 단순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면서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무의식적 욕구에서 시작한다.
조 전 부사장은 검찰 수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항공기가 이동 중인 것을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 공소장을 통해 박창진 사무장으로부터 항공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세울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들은 것이 밝혀졌다. 이 때 조 전부사장은 “상관없다”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 이병헌씨는 고소 당시 피고인인 모델 이지연씨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고 잠깐 얼굴을 본 정도라고 했다. 또 지난해 11월 피해자 진술을 위해 법원에 나왔을 때 “친한 동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15일 선고에서 재판부가 전한 이지연씨와 가수 다희씨에 대한 양형 근거에 따른다면 이는 거짓말이었다.
이병헌씨는 과거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스스로 바람둥이의 기준을 말했다. 그는 “바람둥이의 기준이 뭐예요? 배우자나 애인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또 좋아하는 것. 그런 면에서 전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어요”라고 했다.
조 전 부사장과 이병헌씨의 경우 단순 거짓말이라기보다는 능숙한 거짓말, 즉 리플리 증후군에 차라리 가깝다.
리플리 증후군의 원인은 바로 ‘가면’이다. ‘페르소나(persona)’라고도 한다. 이 말은 고대에 배우들이 무대에서 연극할 때 쓰던 말로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조 전 부사장과 이병헌씨에게도 이런 가면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자신들의 원래 모습인 자아와 회사에서의 고위직, 영화에서 주인공이라는 역할을 혼동하면서 생기는 거짓말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성장하면서 회사에서의 지위와 권력의 가면을 쓰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원래 모습인 자아를 잃어버리게 됐을 수 있다. 이병헌씨도 멋있거나 정의로운 주인공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그 역할에 빠져들어 그 가면들이 자신의 모습으로 착각하게 됐을 수 있다.
이런 삶을 살다보면 주변의 사람들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신이 옳고 남들은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더 심해지면 양심의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가면을 이용해 남들을 설득하려 한다. 이러한 망상의 가면이 자신의 거짓말을 지속하게 한다. 조 전 부사장과 이병헌씨는 자신도 모르는 가면을 썼던 것일까. 아니길 바란다. 그저 궁지에 몰렸다는 걱정과 우려에 순간적으로 나오고 만 단순 거짓말이었길 바란다. 사실은 국민과 팬 앞에서 진실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