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사과는 사과일 뿐…‘제일 센’ 처벌은 피하고 싶었던 조현아

[친절한 쿡기자] 사과는 사과일 뿐…‘제일 센’ 처벌은 피하고 싶었던 조현아

기사승인 2015-01-16 11:56:55

이제 좀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또 터졌습니다. ‘땅콩 회항’의 장본인 조현아(40·구속)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새로운 거짓말이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2월 사건이 알려진 후 조 전 부사장이 검찰 조사에 들어갈 때까지도 줄곧 주장한 게 있습니다. 당시 항공기가 움직인 줄은 몰랐다는 겁니다. 회사 직원을 상대로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질렀고 사건의 은폐까지 시도했던 인물이지만 운항이 시작된 걸 몰랐다는 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화가 폭발할 땐 순간적으로 주변 상황 파악을 못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거짓말이었습니다.

1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5일(미국 현지시간) 사건 당시 대한항공 KE086편 안에서 박창진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에게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세울 수 없다’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그럼에도 조 전 부사장은 “상관없어”라며 “어디 네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고 말대꾸야.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제42조)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돼 정상운행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제46조)는 ‘제23조제2항을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입니다. 23조2항의 내용은 ‘승객은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협박·위계행위(危計行爲)를 하거나 출입문·탈출구·기기의 조작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입니다.

형법상 강요(제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입니다.

업무방해(제314조)는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입니다. 313조(신용훼손)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입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제137조)는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입니다.

5개의 조항 중 ‘운항 중인’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건 항공기항로변경죄가 유일합니다.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을 꾸짖으며 내리라고 할 당시 항공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의 인지 여부는 이 조항의 적용과 관련이 있죠. 공교롭게도 이 조항이 처벌이 제일 강력합니다.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형법상 강요죄와 더불어 벌금형이 없고, 최고 징역기간이 유일하게 두 자릿 수 입니다.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의식했을까요.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항공기가 움직이고 있는 것만큼은 몰랐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던 것일까요.

그랬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조사 첫 날인 지난달 8일 오후 4시쯤 여모(57·구속기소) 상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국토부 조사에 임할 때 ‘언론에서 항공법위반 여부에 대해 거론하고 있으니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고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언론 앞에서 국민들께 사과한다며 눈물은 흘리되, 처벌이 ‘제일 센’ 혐의만큼은 끝까지 피해보고 싶었나 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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