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의 어린이집 폭행 사건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며칠 간 온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일이라 사건 내용은 쓸 필요도 없을 듯 합니다.
폐쇄회로(CC)TV를 처음 봤을 때 폭행도 폭행이고 옆에서 겁먹은 듯 얌전히 보고 있는 10여명의 다른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건 피해 여자아이의 ‘맞은 후의 모습’입니다.
알려졌다시피 피해 여자아이는 4세입니다. 놀다가 넘어져도 우는 게 그 나이의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는 몸이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강하게 맞았습니다. 대개 이런 상황이라면 일어나지도 않고 쓰러진 채 혹은 앉아서 눈물 콧물 흘리며 떠나갈 듯한 소리를 내며 울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 어땠습니까. 마치 맞기 전에 맞을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쓰러지자마자 바로 일어났고(그것도 바른 자세로), 무릎을 꿇더니 자신이 뱉은 음식을 줍고 있습니다. 얼굴을 세게 맞은 4세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침착할까요. 옆에 친구들도 무릎을 꿇고 있었죠.
이에 대해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는 “많이 맞은 것도 맞은 것이지만 ‘맞은 후 행동지침’까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 교수는 “그 지침은 아이들을 때릴 때마다 다른 게 아니라 ‘통일’된 걸로 보인다. 아마도 때린 후에 ‘자세 똑바로 해’ 아니면 ‘무릎 꿇어’였을 것이다. 거의 100%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얌전한 게 겁도 먹었겠지만 ‘반복 지시’로 인한 ‘학습화’가 더 커 보인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자동’으로 움직이게 됐다는 거죠.
이 교수의 분석대로라면 이 곳은 어린이집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일치된 행동이 학습화를 거쳐 일상화되는 ‘군대’였던 겁니다.
아이를 때린 보육교사는 긴급체포된 15일에 “상습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폭행은 CCTV에 나온 게 처음이라는 겁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CCTV에 나온 10명이 넘는 아이들은 굉장한 우연의 일치로 다들 집에서 얻어 맞고 살았고, 그 집 부모들은 때린 후 똑같은 말로 꾸짖었나 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