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인질범’ 김상훈(46)이 여전히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16일 김이 경찰조사 과정에서 여전히 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뻔뻔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리가 아픈데 치료부터 해줘야지 왜 조사를 먼저 하느냐’는 말까지 하더라”며 “범행에 대해서도 부인의 음모에 빠진, 억울한 입장이라고 항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15일 오후 처음으로 A씨와 큰딸을 상대로 한 피해자 조사를 실시해 막내딸의 사망 시점이 13일 오전 9시 38분부터 52분 사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큰딸은 경찰조사에서 사건 당일 오전 9시 20분께 A씨와 피의자가 처음 전화연결이 됐지만 심하게 다퉜고, 이후 동생이 결박을 풀고 저항하다가 제압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피의자는 침대 위에서 흉기로 동생을 찔렀고, 동생이 침대 아래로 떨어지자 침대 시트로 목과 입을 눌러 살해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부검의도 ‘직접 사인은 비구폐쇄에 의한 질식사’라고 밝혔다.

질식사는 과다출혈과 달리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김이 막내딸의 코와 입을 막았을 때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A씨와 큰딸은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질로 붙잡혀 있었던 A씨 전 남편인 B(49·사망)씨의 동거녀(32)는 아직도 실어증세를 보여 폐쇄병동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통해 김이 숨진 막내딸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미성년자였던 사망자의 명예를 고려해 성범죄 부분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안산 지역에 알려졌기 때문에 성범죄 부분은 수사는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희생자 가족들도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하고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인질살해 사건 현장검증은 내주 초 실시될 예정이다.

한편 인질극 과정에서 김이 경찰에 소주와 담배를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경찰은 ‘흥분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담배 정도는 줬다면 진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 지난 12일 오후 부인 A씨의 전남편 B씨의 집에 침입, B씨의 동거녀를 감금하고 있다가 귀가한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5일 구속됐다.

또 A씨와 B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 2명이 차례로 귀가하자 역시 인질로 삼고 13일 A씨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협박하던 중 막내딸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