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인질범’ 김상훈(46)의 부인 A(44)씨가 인질극이 일어나기 4일 전 경찰서를 찾아 상담을 할 당시 남편으로부터 흉기로 찔린 사실을 언급했다는 진술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A씨가 흉기에 찔렸다는 말 없이 폭행 당했다고만 했다고 해명했다.
경기지방경찰청과 안산상록경찰서는 A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통해 ‘8일 민원상담관에게 흉기에 찔린 사실을 거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6일 밝혔다.
여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김이 휘두른 흉기에 허벅지를 찔리는 등 폭행당하자 다음날 오후 안산상록서 종합민원실을 찾아가 ‘어제 남편에게 흉기로 허벅지를 찔렸고, 예전부터 폭행을 당해왔는데 남편을 구속시킬 수 있느냐’며 상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민원상담관은 긴급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어제 일어난 사건이어서 현행범 사건이 아니니 고소장을 제출하면 해당 부서에서 안내해 처리해 줄 것이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 112에 신고해달라’고만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폭력 긴급 임시조치 절차를 안내하지 않은 것이다.
A씨는 재차 ‘지금 당장 구속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뒤 더 이상 상담을 진행하지 않고 10여분 만에 경찰서를 나섰다.
2011년 10월 26일 개정 시행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사건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하는 긴급 임시조치 조항을 두고 있다.
긴급 임시조치 조항(제8조 2항)에 따르면 현장 경찰관은 가정폭력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거나 긴급을 요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퇴거 등 격리 조치’ ‘100m 이내 접근금지’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 전기통신 이용금지’ 조치를 직권으로 쓸 수 있다.
A씨는 구속을 원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가해자를 격리시켜달라는 뜻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당시 상담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곧바로 경찰의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었고, 작은 딸과 A씨의 전 남편이 살해된 끔찍한 인질극을 사전 차단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형사는 ’가정폭력 사건이 아니더라도, 당사자가 흉기에 찔려 상처를 입은데다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고 앞으로 피해가 예상된다는 진술이 있다면 굳이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형사 파트에서 즉각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경찰서는 A씨가 인질극 전 경찰서를 찾아갔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논란이 커지자 수차례나 ‘A씨가 상담 당시 흉기 피습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상담관의)적극성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며 “A씨 진술과 달리 해당 상담관은 ‘흉기피습 얘기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A씨는 ‘민원상담에 대해 서운한 것이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민원인이 서운한 게 없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가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