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밀가루·소염진통제, 알레르기 쇼크 원인이라고?

[쿡기자의 건강톡톡] 밀가루·소염진통제, 알레르기 쇼크 원인이라고?

기사승인 2015-01-19 10:10:55

음식이나 약을 먹은 뒤 생기는 알레르기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아나필락시스라고 합니다. 이는 알레르기 쇼크의 일종인데요. 갑자기 두드러기·호흡곤란·쌕쌕거림·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놓기 전에 환자에게 알레르기 여부를 묻거나 검사하는 것도 대개 아나필락시스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해심 교수팀은 2007∼2011년 전국의 15개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은 16∼86세 아나필락시스 환자 1776명을 조사한 결과 이중 46.6%(827명)는 약 때문에 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켰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이 결과는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공동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인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 연구(Allergy, Asthma Immunology Research)’ 올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성인에선 약에 기인한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최다였고 다음은 식품(24.2%), 벌 등 곤충에 쏘임(16.4%), 운동(5.9%) 순서였습니다. 원인 불명인 경우도 7%에 달했습니다. 이는 식품(46.1%), 약(22.5%), 원인 불명(19.1%), 물리적 원인(5.6%), 식품섭취 후 운동(5.6%), 벌 등 곤충에 쏘임(1.1%) 순인 어린이의 아나필락시스 원인(2001∼2007년 어린이 환자 분석 결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여러 약들 가운데 아나필락시스와 가장 자주 연루된 것은 소염·진통·해열 작용을 하는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였습니다. 또한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방사선 검사에 사용되는 조영제(12%)나 페니실린·세팔로스포린 계열의 배타락탐 항생제 등 항생제(10.5%)를 복용한 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식품 중에선 밀가루가 전체 아나필락시스 원인의 8.3%를 차지, 아나필락시스 원인 식품으론 1위였습니다. 해산물(8.2%), 채소(3.3%), 육류(3.2%), 견과류(1.6%)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육류보다는 채소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생각 외로 많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볍게 경험한 환자에선 원인이 채소(3.8%)인 경우가 육류(2.1%)보다 많았습니다. 반면 중증 이상의 아나필락시스를 보인 환자에선 원인이 채소인 경우가 육류보다 적었습니다.


아나필락시스의 초기 증상은 입안이나 귀속이 따갑고 얼굴이 붓는 것입니다. 피부가 가려고 붉게 변하거나 두드러기가 생깁니다. 또 삼키거나 말하기가 힘들어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혈압이 떨어져 실신하기도 합니다. 구역·구토·복통·설사 등 소화기 증상도 나타날 수 있고 일부는 불안감이나 죽을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합니다. 이런 증상들은 원인물질에 노출된 즉시 또는 수 십분∼수 시간 이내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선 아나필락시스 원인물질에 노출된 지 평균 3시간 뒤에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아나필락시스는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먼저 원인을 밝힌 뒤 원인물질의 복용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입니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사람은 외식할 때 성분이 불분명한 음식은 주문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행할 때는 에피네프린 등 응급주사약을 미리 준비하고 항공사에 미리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아나필락시스 경험자는 또 원인물질과 응급대처법이 표기된 카드나 목걸이·팔찌를 착용해 주변 사람들이 즉시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정 식품을 먹은 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 적이 있는 환자들 중 일부는 소량만 섭취해도 생명을 잃을 만큼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식품 라벨을 꼼꼼히 읽어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식품을 철저히 피해야 합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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