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보기 드문 ‘진지 청년’ 강하늘, 연극에 미치다

[쿠키人터뷰] 보기 드문 ‘진지 청년’ 강하늘, 연극에 미치다

기사승인 2015-01-19 09:34:58
"강하늘


“배우고 배워서 배우면 배우가 된다” “두 배 유명해지면 여섯 배 겸손해져도 비난이 쏟아진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 배우 강하늘(25)의 좌우명이다. 나이에 비해 진중하고 확고하다. “가진 것 없이 표현만 한다면 허상”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또래 배우들이 풍기는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인터뷰 동안 청산유수 연기에 대해 풀어놨다.

강하늘은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 tvN ‘미생’에서 엘리트 신입사원 장백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생’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연극 무대로 그가 돌아왔다. 그것도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와 ‘해롤드&모드’로 한 무대에 선다. “연극 무대가 집 같다”면서 “사각형 안에 있는 것 보다 위에 있는 것이 좋다”며 연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강하늘이 이번에는 19살 소년 해롤드로 무대에 올랐다. 80살 할머니 모드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연극 ‘해롤드&모드’로 말이다. 사랑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조금은 특이한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과연 61살 차이가 나는 소년과 할머니가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차가운 엘리트 장백기에서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 해롤드로 변신한 강하늘을 만나봤다.

‘해롤드&모드’ 공연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소감 한마디 해 달라.

“그 전에도 연극 작품을 했었는데 하도 망해서 얘기하기 좀 그런데. 그 작품한테 미안해져서.(웃음) 이번 작품을
첫 연극이라 생각을 하고 임할 것이다. 이번에도 참 기분이 좋다.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에 느끼는 감정들이 있다. 이상하게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맛이 느껴진다. 다시 느껴보니까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 공연하고 싶은 정도다.

해롤드를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단 몇 분 만에 어려웠던 게 해소됐다. 박정자 선생님 덕분에. 저도 워낙 좋아했던 선생님이었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관객 분들에게 어떻게 공감 일으켜야 할까. 내가 이해 안 되는 상황이면 관객들도 이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어떻게 선생님과 꾸려갈까도 고민을 많이했다. 그러나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귀여우시고 사랑스러우시다. 선생님은 아직까지 동심이 있으시다. 옛날 ‘인어공주’에서 마녀역할을 더빙을 하셨다. 그 목소리를 재미삼아 흉내 내실 정도로 동심이 가득하시다. 선생님을 뵙자마자 모드를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연기의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 관객 모두가 해롤드와 모드가 된다. 내가 관객석을 대변해야 되는 입장이다. 처음에 더 비뚤어진 모습 보여주려 노력하고, 모드를 만나면서 바로 바꿔 버리면 재미 없지않나. 그래서 차근차근 변해가는 단계를 보여주려려고 노력한다. 웃는 표정과 말 속도, 대사에 따뜻함을 얼마나 부여할지 등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관객이 이런 부분들을 피부로 느낄 수 없을진 몰라도 내가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크다.”

‘해롤드&모드’에서 가장 와닿는 대사는 무엇인가.

“모드가 해롤드한테 ‘세상에 주인이 어딨어’라고 말하는 대사. 어릴 때부터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을 읽었다. 봐왔던 영화들이나 책들이 제가 가지고 살아가고 싶었던 내용들이다.
인생은 소유욕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안정감으로 살아가는 것. 말처럼 쉽게 안 되지만. 또 모드의 대사 한마디가 와 닿았다. ‘난 솔직히 그 분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인지 헷갈린다’는 대사다. 너무 재밌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작은 것 하나에도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동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하늘에게 동심은 있나

“가지려고 노력한다. 잘 되고 있는 진 모르겠다. 내가 스스로 ‘동심있어요’ 말하는 순간 없는 것 같다.”

강하늘 덕분에 젊은 관객들이 객석에 가득하다.

“물론 저희 연극의 자랑 아닌 자랑이다.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기분은 너무 좋다. 제가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박정자 선생님과 작품의 힘도 크다. 사실 처음에 방송에 나갔을 때 욕도 많이 먹었다. ‘뮤지컬 몇 편 하니까 이제 방송으로 떠났다’는 얘기도 하고 여러 오해의 말을 들었다. 그래도 나중에라도 제 마음을 실현하는 날이 오면 다른 분들이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과연 옳았나’ 내 선택에 의심도 많았는데 그래도 내 선택이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 나름대로 제게 칭찬을 하고 있다. 굉장히 기분이 좋다.”

연극 대중화에 앞장서는 느낌이 든다. 그런 목표가 있나

“방송으로 간 이유는 궁국적인 목표는 아니었다. 이런 생각하는 게 치기 어리게 보일 수도 있다. 제가 바라는 건 연극계가 활발해지는 거다. 저희 엄마, 아빠도 연극배우 하시다가 생계유지가 안 돼서 그만두셨다. 그런 거에 대한 분노심도 있었다. 왜 우리나라에서 연극을 하면 생계유지가 안 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연극계가 활발해지면 더 좋은 연기자 나올 거라 생각한다. 연극과에서 한 해에 졸업하는 사람이 삼만 명이다. 그 중에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런 게 싫었다. 당장 내 옆의 친구들도 그러니까. 그래서 연극이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연극 좋아하는 사람치곤 나쁜 사람 없다’ ‘연극이 베이스캠프다’라고 말한 걸로 안다. 연극이 그렇게 좋은가

“좋다고만 말할 수 없다. ‘필요악’ 같은 존재다. 저를 못살게 굴어줘서 좋다. 안주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저를 계속 채찍질 하고 움직이게 하잖아. 물이라는 게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연극을 통해서 물꼬가 계속 트인다. 드라마와 영화 같은 경우에도 한 신 한신 최선을 다 하지만 연극이 주는 채찍질이 더 크게 느껴진다. 라이브로 관객과 만나야 하는 긴장감 말이다. 그런 채찍질이 부담스럽고 힘들어죽겠지만 공연하다보면 좋다. 커튼콜 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좋은 면만 있으면 질릴 거다. 어려운 부분도 있기에 잘 해가고 싶고 욕심이 있는 거다.

2003년 초연 이후 강하늘의 ‘해롤드&모드’는 6번째 만들어졌다. 다른 배우가 연기한 해롤드를 봤나

“강하늘이 할 수 있는 해롤드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 모든 작품의 전 공연들을 일부러 안 봤다. 나중에 제가 보지않고 해서 비교당하고 제가 못했다는 평가는 상관없다. 제가 할 수 있고 제가 판단한 해롤드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전 공연을 보게 되면 안 풀리는 장면 있을 때 저번에 했던 대로 ‘쉬운 길로 가자’ 이렇게 되고, 가자 억지로 전작과 다르게 하려고 생각하면 어색해 진다. 그 두 가지가 싫어서 전작을 안 보고 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강하늘만의 해롤드는 어떨까

“제가 말하기 보단 관객 분들이 이야기해야 될 것 같다. 해롤드의 변화되는 과정이 관객에게 전달 됐으면 좋겠다. 모드에 의해서, 모드를 만나서 해롤드가 이렇게 변해가는 것 말이다. 관객에게 시작부터 끝까지 쫙 전해질 수 있는 그런 것.”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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